법원 "교수 지위 이용해 수년간 반복 범행…입시 공정성 훼손"

■조국수사, 3년 2개월 만에 1심 판결
12개 혐의중 입시비리 대부분 유죄
정경심 전 교수도 징역 1년 추가
사모펀드 무죄…감찰무마 혐의 인정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지지자와 반대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자 법원 관계자가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 비리 범행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 범행한 것으로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도 무겁습니다.”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온나라를 뒤흔들었던 ‘조국 수사’의 1심 판결이 3년 2개월 만에 나왔다. 재판부는 조국 전 장관에 적용된 12개 혐의 가운데 인턴 활동 증명서 위조 등 자녀 입시 비리 관련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조 전 장관이 입시 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사태로 장관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또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를 비롯해 동생과 일가 전체가 수사 대상에 오르고 일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3일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아들 조 모 씨와 공모해 2017~2018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활동 증명서 등을 고려대와 연세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지원 당시 제출해 각 대학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또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이 적용한 죄목은 뇌물수수·위조공문서행사·허위작성공문서행사·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청탁금지법위반·공직자윤리법위반·증거위조교사·증거은닉교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2건이다.


재판부는 가장 논란이 됐던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해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 아들이 다니던 한영외고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출석을 허위 기재한 혐의와 2016년 아들이 다니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치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2017년 허위 작성된 서울대 인턴 증명서와 조지워싱턴대 장학증명서를 아들의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시 지원서에 제출한 혐의, 2018년 아들의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허위 증명서를 낸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딸 조민 씨가 이른바 ‘7대 스펙’을 동원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무죄가 선고된 부분은 2018년 최강욱 의원 명의로 된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위조한 혐의와 아들 조 씨의 충북대 법전원 부정지원 관련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부분이다. 딸의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는 배우자 정 전 교수는 이날 유죄 판결로 징역 1년이 추가됐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딸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뇌물수수가 아닌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노 원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 등은 대부분 무죄가 나왔다. 조 전 장관은 배우자가 차명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알고도 공직자윤리법상 매각 또는 백지신탁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으나 무죄 판단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이 사모펀드 코링크PE에 투자한 사실을 허위 신고해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나 펀드 운용현황 보고서를 허위 작성하게 한 혐의, 하드디스크를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도 무죄가 나왔다.


또 다른 논란거리였던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는 일부만 유죄로 인정됐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해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다. 감찰무마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 위반은 고위 공직자로서 적지 않은 금액을 수수해 스스로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한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도 민정수석의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권 청탁에 따라 감찰을 중단시켜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징역 2년에 600만 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했다. 오승현 기자

재판부는 다만 이날 조 전 장관을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재판이 오래 지속되며 주요 증거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 더 이상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도주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배우자인 정 전 교수가 구속 수감 중인 점도 고려됐다.


이번 사건은 검찰과 변호인 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재판부가 두 차례나 변경되는 등의 이유로 조 전 장관이 기소된 2019년 12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1심 결과가 나왔다. 조 전 장관은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판결 선고 직후 “8~9건 정도가 무죄 판단을 받은 점에서 재판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다만 유죄 판단이 나온 부분에 항소해 더욱더 성실하게 다투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일부 무죄가 선고된 만큼 검찰도 항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이 대법원 상고심까지 이어질 경우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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