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계부담 던다…주기적 감사인지정제 '6+3년'→ '6+2년'

■주기적 지정제 이르면 내년 완화
회계제도 개선안 공청회 앞두고
정부 지정 선임기간 축소 공감대
"회계투명성 떨어뜨린다" 의견도


이르면 내년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으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든다. 현행 ‘6+3(자유 선임 기간 6년·지정 선임 기간 3년)’인 주기적감사인지정제가 ‘6+2’로 개편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기업 감사인을 주기적으로 바꿔 지정하는 감사인지정제가 시행 4년여 만에 완화되게 됐다.


3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10일 열리는 ‘회계개혁제도 평가 및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감사인지정제를 6+2 체제로 개편하는 안이 집중 논의된다.


이번 공청회는 금융위원회가 회계개혁제도 개선안 연구 용역을 맡긴 한국회계학회가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다. 이후 공인회계사회, 상장사협의회, 금융 당국 등의 토론이 예정돼 있다. 회계학회는 현행 ‘6+3’ 감사인지정제의 대안으로 ‘6+2’와 ‘9+3’을 제시할 예정인데 당국과 회계 업계, 기업은 6+2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주기적감사인지정제는 2018년 11월 시행된 개정 외부감사법(신외감법)에 따라 도입됐다. 기업이 6년 연속으로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다음 3년 동안 금융 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하고 있다. 감사인지정제 도입 후 회계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기업 측에서는 감사 시간과 보수가 크게 늘어 부담 증가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업계가 6+2로 의견을 모은 건 기업 부담 완화 효과를 당장 내년부터 볼 수 있는 안이기 때문이다. 회계 업계 관계자는 “6+2로 개편하는 건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며 “당장 내년부터 기업들의 회계 부담이 경감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안을 도입할 경우 현재 60% 수준인 감사인 지정(주기적 지정, 직권 지정 등 포함) 비율이 소폭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9+3’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됐지만 이 안을 추진할 경우 법 개정이 필요하고 현행 6+3제도의 한 사이클이 끝난 뒤인 2027년에야 적용이 가능한 점 때문에 후순위로 밀렸다고 한다.


다만 우려도 만만찮다. 회계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는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 정책을 펼치는데 기업 회계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 얼마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 회계 부담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기업을 위한 정책일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계 투명성을 떨어뜨려 세계 투자자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권 지정 사유가 축소될지도 관건이다. 직권 지정은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경우 금융 당국이 직접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신외감법은 재무 상태 악화 및 최대 주주·대표이사의 변경이 잦은 상장사 등도 직권 지정 대상으로 추가했다. 당국은 지난해 10월 자산 1000억 원 미만의 상장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 감사 의무를 면제하는 ‘중소기업 회계 부담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결 재무제표 작성 범위를 축소하는 등 회계 기준 적용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도 추진했다. 회계 업계 관계자는 ‘주기적감사인지정제’ 완화 여부에 대해 “10일 공청회를 연 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 2월 말에는 최종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