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미술·저작권 조각투자, 내년 장외 주식처럼 거래한다

금융위, 토큰증권 정식 허용
주식 채권 외 다양한 형태 투자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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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조각투자증권이 보다 손쉽게 발행·유통된다. 이른바 토큰증권(Security Token)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장외 거래소를 열 수도 있어 관련 거래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위원회는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그릇을 마련해 디지털자산 중에서도 증권성이 있는 투자계약증권이나 비금전신탁에 대한 수익증권 등 새로운 자산을 담고 투자자 보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는 뮤직카우(음원), 카사코리아(부동산) 등이 규제 샌드박스(규제 유예)를 통해 조각투자를 부분적으로만 서비스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토큰증권이 제도화되면 조각투자 등 다양한 권리를 손쉽게 증권으로 발행·유통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 빌딩 500원씩 나눠 거래…조각투자 르네상스 열리나



종이·전자이어 제3의 형태 토큰증권 제도화


이론상 모든 자산 소액으로 쪼개 투자 거래


발행·유통 분리해 관리 감독 투자자 보호


증권사들 토큰증권 공개·거래 수수료 기대


기존 코인들 '증권성' 판단 여부 따라 상폐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을 두고 먼저 업계로 뛰어든 조각투자 업체부터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보유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항공과 해운, 임대 업계까지 각 산업 부문에서는 분주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한편으로는 STO에 대한 기대감만 너무 앞선 상황이라는 속도 조절론도 나온다.


◇조각 투자 제도권으로…직접발행도 가능=금융위원회가 6일 토큰증권 허용 방침을 내놓은 것은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제도권 투자 대상에 접목하도록 허용한다는 의미다. 종이증권, 전자증권 외에 제3의 증권 형태가 등장한 것이다.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증권을 전자화하는 방식으로 인정,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를 지원한다.


기존의 전자증권은 중앙집중적으로 등록·관리하는 방식이어서 표준화된 주식·채권 등을 대량 발행하고 거래하는 데 적합했다. 반면 토큰증권은 탈중앙화를 특성으로 하는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 소규모 다양한 권리에 대한 증권 발행 문턱을 낮출 수 있다. 토큰증권을 통하면 이론적으로는 1000억 원 상업용 빌딩, 100억 원대 지식재산권, 10억 원대 예술품, 1억 원대 명품 잡화 등 모든 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어 1000원이든, 100원이든, 10원이든 소액으로 쪼개 얼마든지 사고팔 수 있다.


금융위는 주식이나 채권처럼 발행과 유통을 철저히 분리해 토큰증권 시장에서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없애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계획이다.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등록 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 기관을 신설한다. 자본금 20억~30억 원의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증권사를 통해서 발행하면 된다. 토큰증권 유통은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한다. 복수의 장외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토큰증권이 증권의 외형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전자등록기관인 예탁결제원이 심사한다.


◇“증권성 있으면 제재”…코인 투자 위축 우려=이번 가이드라인은 코인 등 기존 디지털 자산 시장에도 큰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별도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융위는 국내에서 발행되거나 시중에서 거래된 디지털 자산이 증권성을 인정받을 경우, 위법으로 취급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코인 중 증권성 판단 여부에 따라 상폐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증권성 여부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에서 알아서 판단했다. 금융당국이 향후 판단을 다르게 할 수 있어 당분간 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테라·루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두 암호화폐가 증권의 일종인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시가총액 6위 암호화폐 리플도 증권성을 놓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주요 증권사 “미래 먹거리” 선점나서=빗썸, 업비트 등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막대한 수수료 이익을 거둔 것을 본 다수 증권사들도 장외거래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 전망이다.


현재 증권사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사업은 기존 IPO와 유사한 STO 발행·상장 사업과 이를 유통하는 거래 플랫폼 운영인 것으로 파악된다. STO 발행, 상장 과정에서 자문료 등 약정된 수익을 얻고 플랫폼 운영으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를 취하는 것이다. 장외 거래소를 만들고 투자자들이 토큰증권을 사고팔게 하면서 수수료 수입도 올릴 수 있다. STO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진 SK증권 주가가 한 주 사이 50% 넘게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을 필두로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STO 태스크포스(TF) 신설은 물론 조각투자 기업과 업무 제휴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KB증권은 SK C&C, 신한투자증권은 람다256, 키움증권은 페어스퀘어랩과 손잡았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자산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규제가 구체화하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T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앞서 간다는 지적도 있다. 키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2022년 11월 말 거래량은 2억 달러를 넘었다. 반면 STO인 tZERO를 거래하는 STO 거래소 tZERO(토큰형 증권 이름과 거래소 이름 모두 tZERO)는 180만 달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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