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추천으로 CEO 고르면 되겠나…은행 이자이익 나눠야"

◆금감원 2023년 업무계획 발표
인사·성과체계 등 대대적 개편 예고
행동주의펀드 배당확대 요구엔 부정적
PF부실 대비 사업장 단위 통합관리
취약계층 위험보장 상품도 개발 예정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에 관한 고강도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한 배경에는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 선임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공공재적 측면이 있는 만큼 당국이 필요한 부분은 법제화하는 방식을 적용해 이사회가 공정하고 건전한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취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강당에서 열린 2023년도 금감원 업무계획 발표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회장 선임 절차 등이 글로벌 기준에 비춰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승계 절차의 공정성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령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경우 임원진의 역량과 적정성을 장시간 심도 있게 살펴보는데, 국내 금융지주도 단순히 헤드헌터사에 후보 추천을 맡기기 보다는 이사회 자체적으로 잠정후보군(롱리스트)이나 최종후보군(쇼트리스트) 구성에 필요한 객관적이고 고도화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사회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점검을 추진하면서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성과 보수 체계도 개선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지나치게 단기성과 위주로 운영하기보다는 향후 발생 가능성 손실위험 등을 충분히 고려한 중장기 성과를 합리적으로 반영하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지배구조 제도 개선 논의 활성화의 시발점이 된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서는 “(CEO 선임 과정에서)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중 누가 좋은지에 대한 절대 기준을 둘 수 없다”면서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 임명된 CEO나 이사회가 지배구조나 내부 통제와 관련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선진화 시켜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 배당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민간 기업으로서의 은행의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은행이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를 들며 무리한 배당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주주이익 극대화와 다양한 이해관계자 이익을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며 “오로지 전부 주주와 임원 성과급에 배분하는 게 은행의 구조적 독과점 시스템이나 기능 등에 비춰서 적절한지 진지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외에도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전방위적 대응 강화 △민생 금융 감독 강화 및 금융의 사회안전망 기능 제고 △금융 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 및 미래 성장 지원 등을 4대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대비해 금융권역별로 관리해온 부동산 PF를 사업장 단위로 통합 관리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25조 3000억 원으로 2021년 말(110조 2000억 원)보다 15조 1000억 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연체율도 0.38%에서 0.90%로 0.52%포인트나 뛰어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개별 금융권역별로 관리돼온 부동산 PF 관리 체계를 사업장 단위로 개편하고 주택·상업용시설 등 PF 개발사업 유형과 공정률 등 진행 상황 등에 대한 분석 체계를 강화한다. 올 1분기 중 대주단의 자율적인 사업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PF 대주단 협약 개정을 지원하면서 PF 사업장별 상황에 맞춰 지원하기 위해 기재부와 국토부·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 국내 증권회사들이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만큼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단계별, 투자 형태별 리스크 특성을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에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도 추진한다.


최근 금융지주그룹 내 공동투자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2분기 중 금융지주그룹의 투자 절차 등을 점검한 뒤 업계와 협의해 ‘공동투자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10개 금융지주의 공동투자 잔액은 53조 7000억 원이며 투자대상자산은 기업 인수 금융, 부동산 및 인프라 등이다.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비(非)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생계형 대리운전자 자동차보험’ 등 취약 계층의 위험을 보장하는 다양한 상품 개발을 지원하고 보험계약대출자의 부담 경감을 위해 금리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종합정보센터를 2분기 중 구축할 계획이다. 대출모집인의 위법행위 등을 점검하고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적정성 △불합리한 대출금리 적용 및 수수료 부과 여부 △대출청약 철회권 준수 여부 등도 점검한다.


이 밖에도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중소 금융회사까지 재해복구센터 구축 의무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싱가포르·런던 등에서 금융권과 공동IR을 개최해 국내 금융사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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