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판매량 쑥쑥…부품株도 달리나

작년 반도체 대란에 재고 소진속
현대차·기아 1월 출하량 8.6%↑
본격적인 선순환 사이클 진입
부품사들 실적 개선 기대 커져
HL만도·현대모비스 주목할만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기대보다 양호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서 자동차 부품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진된 재고로 텅 빈 야적장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 부품사 기업가치가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긴축 기조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닌 만큼 산업 동향을 잘 살피라는 의견도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올해 13.05%, 기아는 18.8% 상승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이익이 크게 남는 제품을 많이 팔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 역시 SUV 명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출은 34.8%,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123%) 급증해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부품사들의 주가는 완성차에 못 미치고 있다. 현대모비스(012330)는 올해 2.49%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현대위아(011210)는 9.61%, 매출의 70%가 현대차·기아에서 나오는 HL만도(204320) 역시 11.9%에 머물렀다. 그나마 전기차 수혜가 겹친 에스엘(005850)(13.9%)이나 한온시스템(14.7%) 정도가 현대차보다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부품사의 주가는 보통 자동차 업체의 실적에 후행한다. 재고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는 판매가 늘어난다고 바로 부품을 더 주문하지 않는다. 일정 수준의 재고를 정리한 뒤 신규 주문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현대차와 기아는 주요국에서 보조금(인센티브)을 낮췄음에도 예상보다 양호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완성차의 핵심 생산 지역인 미국과 인도 등 주요 거점에서 생산 회복에 근거해 완성차의 재고 축적(inventory building) 사이클이 도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완성차 판매량에 가장 근접한 1월 공장 출하 물량은 현대차(30만 6296대)와 기아(23만 2437대)가 53만 8733대로 8.6%(4만 2837대) 늘었다. 현대차는 전쟁 여파로 가동을 멈춘 러시아를 제외하면 11.3% 늘었다. 미국만 봐도 현대차 31.7%, 기아가 30%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인도는 6만 2500대(전년 3만 2500만 대)였다.


반면 트루카 집계에 따르면 1월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보조금은 업계 평균 대비 61%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전월보다 251달러 줄었고 기아 역시 업계 최저 수준(495달러)임에도 판매는 늘었다. 지난해 자동차 반도체 대란으로 공장마다 쌓여 있던 재고가 소진됐고 올해 1월 판매까지 양호하다 보니 결국 부품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최대 선순환 사이클”이라고 봤다.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의 재고 확대가 부품사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의 재고가 1.7개월까지 늘었고 부품사의 공장 가동률이 큰 폭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품사들의 매출이 꾸준히 늘면 자연스레 원가율(고정비 승수 효과)이 개선되고 이익이 증가하면서 주가도 개선된다.


메리츠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부품사 중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매출 비중이 70% 정도인 HL만도를 최선호주로 꼽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전기차 판매(180만 대)를 고려하면 매출액은 13.5%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HL만도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6’가 국내 차량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HDP) 기술을 장착해 출시되면 경쟁력을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외에도 현대모비스(앨라배마·조지아 전동화 사업 투자), 한온시스템(미국 e컴프레서, 포드), 현대위아(기아 국내 모듈, 인도·멕시코) 등이 유망한 것으로 진단됐다.


다만 글로벌 긴축 기조가 여전히 완화된 것은 아닌 만큼 신중론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는 부품사의 목표 주가를 낮춘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월 HL만도의 목표 주가를 15%가량 낮춘 바 있다. 부품주 최선호주는 유지하지만 경기 둔화를 감안해 목표 PER을 15배에서 13배로 낮췄고 목표 주가 역시 8만 2000원에서 7만 원으로 15% 하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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