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퀄컴 출신 자율주행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차량용 반도체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퀄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을 지낸 베니 카티비안을 미국 법인 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으로 영입했다. 카티비안 부사장은 미국 법인의 삼성 반도체 칩 연구개발(R&D) 핵심 기지인 삼성오스틴연구센터(SARC)와 어드밴스드컴퓨팅랩(ACL)의 책임자를 맡았다. SARC와 ACL은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개발 사업을 맡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미국 내 핵심 연구 기지다.
카티비안 부사장은 자율주행 관련 반도체 개발 전문가다. 퀄컴에서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등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담당했고 이후 중국 전기차 업체인 샤오펑의 북미 법인 최고운영관리자(COO)를 맡아 자율주행 칩 개발을 총괄했다.
이번 영입은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사업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모바일 SoC, 이미지센서 등 주요 부품의 판매 부진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시장 확대 기대감이 큰 차량용 SoC 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체 설계한 모바일 SoC ‘엑시노스’의 시장 입지가 위축되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전장 시장에 대한 비중을 더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차량용 SoC에서 유럽 프리미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자율주행 추가 수주를 통해 미래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는 등 전장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인공지능(AI) 기반 차량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엑시노스 오토의 기술 고도화를 이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가는 것이 우선 목표다.
엑시노스 오토는 폭스바겐·아우디 등 유럽의 핵심 완성차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BMW의 요청으로 시스템LSI 사업부가 차량용 반도체 시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설계를 맡은 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에서 생산까지 맡을 수 있어 매출에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해 12월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전장 사업 확대를 위한 네트워크 경영에 힘을 실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시장의 부진 속에 전장 시장에 대한 업계 전반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엑시노스 개발을 통해 쌓은 기술력으로 전장 부문의 우위를 차지한다면 깊어진 반도체 위기 극복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