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강한 고용에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가 최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발표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과 7일 있을 제롬 파월 의장의 대담을 앞두고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00%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61%, 0.10% 떨어졌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단기로는 금리상승, 장기로는 연착륙 기대가 높아지면서 한때 연 3.64%까지 치솟았습니다. 달러인덱스 역시 같은 이유에서 103.7까지 올라왔는데요. 엔화 약세도 한몫 했는데 이들 요소는 미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줬죠.
시장은 파월 의장이 고용보고서에 어떻게 반응할지 내일 상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터키와 시리아에서는 강도 7.8과 7.5의 지진이 연속으로 발생해 지금까지 최소 3800명 이상이 사망했는데요. 컴퓨터 제조업체 델은 5% 해고를 발표했죠. 오늘은 월가에서 보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증시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고용 관련 내용부터 보죠.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1월의 강한 일자리 증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2월에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는데요. 그는 1월 데이터가 2023년 전체가 그럴 것처럼 과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미국의 1월 일자리는 51만7000개 증가했는데요. 셰퍼드슨의 생각은 예상을 2.75배가량 웃돈 50만 명 대의 고용증가가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는 거죠. 당분간 상대적으로 강한 수준은 이어갈 수 있겠지만 1월 수치로 올라간 눈높이는 낮춰야 한다는 얘기일 겁니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일자리 증가는 앞으로 몇 달에 걸쳐서 급격하게 하락할 것 같다”며 “많은 고용주들이 임금 인상이나 채용을 꺼릴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요.
1월의 고용상황이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침체 전망은 확실히 개선됐습니다. 이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50만 개의 일자리와 50여 년 만의 가장 낮은 실업률이 있을 때 침체를 겪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그는 “내가 보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크게 감소하고 있고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삼의 법칙(Sahm's rule)’으로 봐도 그런데요.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삼이 만든 이 법칙은 최근 실업률 3개월 이동평균이 지난 12개월 동안 실업률이 가장 낮았던 때보다 0.5%포인트(p) 높으면 경기침체라는 공식입니다. 1월에 실업률이 3.4%로 지난해 12월(3.6%)보다 되레 감소했었는데요.
그 결과 ‘삼의 법칙 침체 지표’가 지난해 1월 0.03%p에서 1월 -0.07%p로 떨어졌습니다. 0.5%p 이상 더 많아지면 침체니까 침체 확률이 확 떨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요. 과거 사례를 보면 삼의 법칙은 놀라운 정확도를 보여주긴 합니다. 클라우디아 삼은 “실업률이 3.4%로 50여 년 만의 최저치로 삼의 법칙은 0.1%p 내려갔다. 우리는 침체에 있지 않다”며 “실업률은 낮은데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이를 바탕으로 필립스 곡선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반비례임을 보여주는데요. 앞서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코로나19 이후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졌으며 이를 근거로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고도 인플레를 낮출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죠.
골드만삭스도 이날 침체 확률은 낮췄는데요.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12개월 래 미국의 침체 가능성을 기존의 35%에서 25%로 조정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3월과 5월 각각 0.25%p로 예측했는데요.
그는 “노동시장의 지속적 강세와 기업심리의 개선징후는 단기 침체의 위험이 눈에 띄게 감소했음을 시사한다”며 “다른 주요국들의 예상보다 나은 성장세가 미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은 경기침체를 피하고 중국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이는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는 연준의 견해를 뒷받침한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입니다.
이렇다 보니 이날 월가에서는 ‘노 랜딩(no landing)’ 얘기도 나왔는데요. 1월 고용보고서 후 미국 경제가 좋다 보니 착륙 없이 계속 날 수 있다는 겁니다.
해석이 갈리긴 합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코로나19가 굉장히 특별했던 것이고 미국 경제는 계속해서 확장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경제성장도 팬데믹 이전에 예측했던 추세로 되돌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침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긍정적으로 본 겁니다.
아폴로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의 생각은 좀 다른데요. 그는 “노 랜딩 시나리오에서 경제는 둔화하지 않으며 공급망 개선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초기 하락 이후 인플레 상승 위험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이는 연준을 불안하게 할 것이며 연준은 금리인상이 있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봤습니다.
사실 인플레 부분은 좀 더 봐야 합니다. 시간이 남았지만 14일에 나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치 초기분이 나왔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전망치 중앙값을 보면 이날 기준 1월 CPI가 전월 대비 0.5%로 지난해 12월(-0.1%)보다 상당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전년 대비로는 같은 기간 6.5%에서 6.2%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도 전월은 0.4%로 전달(0.3%)보다 0.1%p 상승폭이 커질 수 있는데요. 1년 전과 비교하면 지난해 12월 5.7%에서 5.5%로 0.2%p 내려옵니다.
물론 아직 전망을 내놓은 곳이 8곳으로 적습니다. -0.1%에서 0.5%로 전환하는 전월 대비 인플레를 보면 최저치가 0.4%, 최고가 0.5%로 나오는데요. 단순 계산으로 올해 CPI가 5~6%대 안팎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업데이트한 인플레이션 나우 캐스팅에 따르면 1월 CPI는 전월 대비 0.63%, 전년으로는 6.44%로 보이는데요. 근원 CPI는 1달 전과 비교하면 0.46%, 1년 전은 5.58% 수준입니다. 블룸버그 자료나 클리블랜드 연은 모두 아직 초기며 추정치라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지만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크고 작은 요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하지요.
이런 상황에서 강한 고용은 아무래도 임금 부문, 즉 초근원 서비스 분야에서 인플레 재상승의 불씨를 남길 수 있습니다. 연준이 계속 걱정해오던 건데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월 고용보고서와 관련해 “고용보고서가 연착륙 전망을 좋게 했지만 강한 경제가 지속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일을 조금 더 해야만 함을 의미할 수 있다”며 “전에 전망했던 것보다 금리를 더 많이 올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나의 기본 사례는 지난 해 12월에 내놓은 최종금리 5.1%가 2024년까지 유지되는 것”이라면서도 “추가적인 0.25%p 금리인상을 통해 더 높은 최종금리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는 5.00~5.25%보다 높은 5.25~5.50%를 시사하는 겁니다.
종합하면 보스틱은 기본가정을 아직 5.00~5.25%로 두고 있지만 향후 데이터에 따라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문을 열은 것이죠.
이는 내일 있을 파월 의장의 워싱턴 이코노믹클럽 대담에서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할 듯합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내일 낮12시40분부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과 인터뷰를 하는데요. 자리의 성격상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 금리 등 현안을 전방위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월의 뉘앙스를 보면 분위기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지요.
어쨌든 시장의 최종금리 전망치는 연준 쪽으로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이날 오후2시33분 현재 3월에 이어 5월에 0.25%p를 추가로 인상해 기준금리가 5.00~5.25%가 될 확률이 70.3%로 하루 전보다 10.5%p나 뛰었는데요. 다만, 12월에는 4.75~5.00%가 1위가 돼 금리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종금리는 이제 연준과 시장이 보는 눈이 같아졌는데 금리인하에 관해서는 아직 차이가 있는 셈이죠. 고용보고서가 그랬듯 결국 인플레이션과 노동 데이터가 누가 맞는지를 가르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일단 국채금리가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10년도 10년이지만 2년 물 국채금리의 상승도 매우 가파릅니다.
1월 고용보고서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 2일만 해도 4.08% 안팎 수준이었는데 보고서가 나온 3일을 거쳐, 6일에는 4.48%까지 올랐는데요.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지 치폴로니는 “이틀 연속 국채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약간 쇼크를 받고 있다”며 “2년 물의 움직임이 극적”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큰데요. 실비아 자블론스키 데피앙스 ETF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예상해야 한다”며 “이는 실업률이 여전히 낮고 인플레이션도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 타깃(2%)에 있지 않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주식과 채권시장이 지속적으로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에버코어 ISI의 줄리안 이매뉴얼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이 가까워지고 있어 시장의 변동성이 유지될 것”이라며 “이는 연준의 인상중단이 바로 증시상승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며 경기둔화를 동반할 수 있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는데요.
S&P500 기준으로 4200이 더 위로 올라가는데 강력한 저지선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조나단 크린스키 BITG 시장 기술분석가는 “최근 며칠 동안 S&P가 4200 가까이 이동했다”며 “4200 선이 강력할 것이며 여기서부터 하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전략가도 추가 상승은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연착륙은 지금 완전히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우리 전망처럼 연착륙이 이뤄지더라도 이런 결과가 실질적인 주식시장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연말에 S&P가 4000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반면 1월 상황이 좋았으니 올해가 좋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CFRA의 샘 스토발은 이날도 1월에 S&P가 상승하면 85%의 확률도 그해 전체의 증시가 올랐으며 평균 상승률이 15.8%라고 재차 밝혔는데요. 블룸버그의 최근 MLIV 서베이에서도 향후 6개월 동안 기술주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이 지난 해 9월 32%에서 41%로 올랐습니다.
별도로 달러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데요. 고용 강세에 중국 스파이 풍선에 미중 간 갈등이 다시 한번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내에서는 보복조치 요구가 거세죠. 아이리스 팡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더 많은 기술수출 규제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피오나 림 말라얀 뱅킹 베르하드의 외환 전략가는 “달러 강세가 더 갈 수 있다”며 “미중 갈등의 잠재적인 요인은 일시적인 달러 반등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라고 전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내일 파월 의장의 대담이 중요하겠습니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니예크는 “파월 의장은 연설 때마다 큰 와일드 카드였다”며 “투자자들은 그가 지난 FOMC 때처럼 비둘기파적인 톤을 보여줄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는데요.
불확실성이 큽니다. 이럴 때일수록 연준의 속내가 중요한데요. 내일 파월 의장의 대담에 관한 깊이 있는 분석은 ‘3분 월스트리트’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방송] : 국내 최초 경제지 서울경제신문의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방송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잃어버린 구독자를 찾고 있습니다.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 생방송 이후 버퍼링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동시녹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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