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금고지기' 송환 거부 소송 포기…금주 입국

김성태 대북 송금 의혹 핵심 인물
800만여 달러 북한 전달한 의혹
회사 자금 흐름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의 금고지기이자 매제인 김모 씨가 조만간 국내로 송환될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송환에 따라 검찰의 대북송금 수사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태국 파타야 지방법원에서 송환거부소송을 제기했던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께(현지 시각) 시작된 재판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벌금 4000밧(15만 원을)을 선고 받고 항소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민국 구금센터로 이송됐다가 이번 주 내로 귀국할 전망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횡령 및 배임, 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한 뒤 대북송금과 관련한 혐의를 추가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액수는 크게 800만 달러와 최소 50만 달러 이상의 추가 금액으로 나뉜다. 800만 달러는 2019년 1월 200만 달러, 4월 300만 달러, 11∼12월 300만 달러로 세 차례에 걸쳐 북한 측 인사에게 전달됐다.


1·4월 송금은 경기도가 북한에 주기로 했다는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를 대신 내준 것, 나머지 300만 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방북을 위한 경비를 내준 것이라는 게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이 자금의 출처로 자신이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지목했다.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이 대표인 칼라스홀딩스와 자신의 수행비서가 사외이사로 있는 착한이인베스트 두 곳이 자금의 출처라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나노스 등 쌍방울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이들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자금을 대여한 뒤 대북송금, 다른 페이퍼컴퍼니(SPC)로부터 빌린 대여금 상환 등 업무를 처리했고, 이후에 모두 변제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SPC에서 빌린 돈을 개인적 용도보다는 회사 업무 목적으로 사용했다고도 주장하며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같은 방법으로 SPC를 이용해 대북송금용으로 빼돌리는 등 600억원 가까이 횡령 및 배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양측이 횡령 혐의에 대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에 검찰과 변호인 측 모두 당시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는 김씨가 귀국해 '진실'을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회사 자금 흐름의 구체적인 내용은 김씨가 잘 알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12월 김씨가 태국에서 체포된 뒤 검찰은 김씨 송환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김 전 회장도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김씨 측에게 '한국으로 들어와 횡령 오해를 풀어달라'며 입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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