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파가 불어닥치며 국내 게임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본디 고용이 불안한 업계인 만큼 중소 게임사들이 줄폐업하는 건 예삿일에 가깝다. 논란이 커진 건 주요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데브시스터즈마저 최근 신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권고사직 의혹에 휩싸이면서다. 두 회사 모두 “직원들의 부서 이동을 추진 중”이라며 반박하지만 해당 직원들이 비게임 사업을 담당했던 만큼 타 부서에서 이들을 포용할지는 미지수다.
엔씨 ‘유니버스’와 데브시스터즈 ‘마이쿠키런’ 모두 두 회사가 코로나 당시 시작한 신사업이다. 2년 만에 철수한 이유는 결국 경기가 어려워졌으니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명색은 그럴듯하나 뒤집어 보면 코로나 ‘특수’라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명확한 비전 없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벌인 경영진 책임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엔씨는 유니버스 출시 초반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데브시스터즈는 사업 중단 배경에 대해 “지식재산권(IP) 확장을 위해 고심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IP 확장을 위해 IP 사업을 접었다는 논리가 다소 해괴하다.
직원들이 더욱 분노하는 건 임원들의 ‘돈잔치’는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엔씨는 재작년 8월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줄곧 위기론에 휩싸여 왔지만 김택진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57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유니버스를 주도했던 김택헌 수석부사장도 25억 원 상당을 받았다.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김종흔 대표가 재작년 주식을 대량 매도한 후 한 달 만에 38.80% 급락했다.
게임업계에 정설처럼 통하는 소문이 하나 있다. 1세대 창업자가 “서울대·카이스트·포항공대 출신을 뽑아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쓰면서 ‘설카포’가 관용어처럼 굳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게임업계는 ‘인재’가 전부다. 그런 곳에서 손바닥 뒤집듯 경영 방향을 바꾸고 책임은 직원에게 떠넘기는 회사가 과연 신뢰받을 수 있을까. 업계에 다시 인력이 많이 필요할 때 인재들이 과연 믿고 지원할 수 있을까. 이별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