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육아 문제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특히 일당백의 능력을 갖고도 늦은 퇴근 시간 때문에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고부 또는 부부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하죠. 경력 단절녀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아이 돌봄 서비스 플랫폼 ‘째깍악어’의 김희정(47·사진) 대표는 7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엄마들이 ‘덜’ 미안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째깍악어는 부모가 필요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이에 맞는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25만 명가량의 학부모가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매달 온라인으로 1만 건, 오프라인(째깍섬)에서는 2만~3만 건의 돌봄 서비스를 연결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 전문가도, 돌봄 교사 출신도 아니다. 직장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평범한 워킹맘이었다. 보통의 엄마가 째깍악어를 생각한 것은 딸을 낳은 후 들어간 회사에서 여성 동료들이 매일매일 육아 문제로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보면서부터다. 그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딱 3시간만 아이를 더 맡길 수 있으면 걱정 없이 회사 일을 할 수가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며 “그때부터 아이들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선생님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처음에는 교사 확보부터 쉽지 않았다. 서비스 초기 문을 두드린 교사들은 달랑 3명이었다. 가입은 했지만 실제 이용하는 엄마들도 별로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자신의 아이를 맡긴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악재도 터졌다. 2020년 오프라인 1호점을 열자마자 코로나19가 확산했고 설상가상으로 대구에서는 신천지 사태가 불거졌다. 찾아온 사람은 달랑 1명. 그는 “그때는 정말 막막했다.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며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어머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교사들도 따라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교사와 아이들의 상호작용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건이다. 과거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놀이터에 가면 친구가 있고 집에는 함께 놀아줄 형제자매가 있었다. 현대는 사정이 다르다. 학원에 다니기 바쁘고 집에 가도 할아버지·할머니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다. 세상은 아이들에게 함께 놀 사람이 없는 곳이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끝없는 질문에 진심으로 대답하는 선생님을 가장 좋아합니다. 상호작용에 목말라 있다는 얘기죠. 교구재 대신 아이들과 서로 소통하는 교사를 고르고 교육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엄마들이 원하는 성향의 선생님을 추천하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개인 취향이 워낙 다르고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택한 것이 원하는 선생님을 추천하는 게 아닌 ‘우려 교사’를 배제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거나, 서비스 장소와 너무 먼 곳에서 출근해 지각을 하거나,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교사 등은 일단 배제한다”며 “15만 명의 가입 신청 선생님 중 심사를 통과한 교사가 1만 명 정도인 이유”라고 전했다.
신청 과정도 까다롭다. 본인 인증은 물론 신분증, 자기 얼굴임을 증명하는 서류, 범죄 이력 조회, 심지어 동영상 프로필까지 제출해야 한다. 신상을 완전히 공개하고서라도 아이들을 만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조건이다. 물론 부모들만 선택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하대를 하거나 교사를 CCTV로 계속 지켜보는 경우, 장보기와 같이 다른 일을 시킬 때는 교사들도 해당 부모를 차단할 수 있다”며 “돌봄 시간 동안 집안에 누가 같이 있는지도 체크해 만약에 벌어질 수도 있는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부모에게는 시간을, 아이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그것이다. 그는 “돌봄 시간 동안 아이가 부모를 찾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환경”이라며 “아이들이 ‘엄마 왜 이렇게 일찍 왔어’라는 말이 나온다면 부모들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