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5%를 상회함에 따라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마침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의 시작을 인정했다. 연준이 곧 금리 인상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반면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최근 인플레이션의 반등은 전기 및 가스요금이 인상된 영향이 컸다. 전기 및 가스요금은 자체로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동시에 상품과 서비스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추후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이로 인해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지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필자는 세 가지 이유로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첫째, 통화정책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올해 1월 전미경제학회장인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대 교수가 발표한 실증 분석 연구에 따르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충격은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을 하락시키기 시작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한국의 디스인플레이션은 올해 2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현 기준금리는 물가 상승이나 하락을 초래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뒷받침하는 금리 수준인 중립금리보다 높다. 현재 금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재화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인플레이션은 점차 하락할 것이다.
둘째,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수출과 소비 부진으로 0.4% 역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과 소비가 조만간 회복될 조짐은 찾기 어렵다. 1월 수출은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4개월 연속 감소했고 소비자심리지수도 8개월 연속 100을 밑돌며 지속적인 소비 심리 하락을 나타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또한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 경기 침체의 진전은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낮춘다. 더욱이 IMF에 이어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 예고됐다. 경기 침체의 폭이 예상보다 크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도 한국은행의 이전 전망보다 빨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율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원·달러 환율의 급등이었다. 한미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1400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미 연준의 최종금리 도달이 가까워지며 강달러 현상은 크게 완화됐다. 아직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는 유럽중앙은행의 행보도 미국과 유럽 간 금리 차를 좁혀 달러 약세를 부추긴다. 또한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에 따른 위안화 강세가 원화 가치를 동반 상승시켜 원·달러 환율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를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을 줄여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물가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는 크지 않다. 단 금리 인상을 멈추더라도 현재 금리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 섣부른 금리 인하는 꺼져가는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