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관계 없는 ‘오피스 와이프’ 둔 남편…이혼 가능할까?

육체관계 아닌 정서적 외도도 부정행위 인정
증거 불충분하다면 오히려 역공격 받을 수도
‘사랑해’, ‘여보’, ‘자기’ 호칭 등 대화 수위 중요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육체적인 외도가 없었더라도 남편의 이른바 ‘오피스 와이프’ 존재가 이혼 소송의 사유가 될 수 있을까.


7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늘 6시면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오던 남편의 잦은 야근이 오피스 와이프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야근하는 날이 점점 많아지다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남편이 일하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봤는데 남편은 직장에 없었다”며 “남편은 급하게 회식이 생겨 다녀왔다고 했지만 남편의 말이 왠지 핑계같이 느껴져 남편의 휴대전화를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몰래 본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남편이 직장 동료와 다정한 대화를 나눈 것을 확인했다. 또 회식이라고 했던 날에도 직장 동료와 단둘이 저녁 식사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A씨는 “이런 대화가 외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냐. 남편에게 이혼 소송과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냐”고 조언을 구했다.


송종영 변호사는 “이혼이 되려면 민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오피스 와이프가 민법 제840조 1호에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인섭 변호사가 “육체적인 관계까지 안 간 것 같다”고 지적하자 송 변호사는 “육체적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서적 외도도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외도로 인정되려면 부부의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행위 정도는 해당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변호사가 “사연자가 말하는 정도의 증거로 외도가 된다고 볼 수 있느냐”라고 질문하자, 송 변호사는 “문자 이외에 사진이나 동영상들이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고 대화의 수위가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송 변호사는 “단순히 친밀한 대화가 오갔다는 정도만으로는 조금 부족할 수 있고, 서로 ‘사랑해’, ‘보고 싶다’, ‘여보’, ‘자기’ 등의 호칭이 있다면 외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 소송이나 상간 소송을 제기할 경우 오히려 역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송 변호사는 “단순히 친밀한 문자를 여러 차례 주고 받은 것만으로는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혼 소송이 가능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다. 다만 친밀한 관계를 넘어서 애정 표현이 있다면 이혼 소송과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부정행위에 대해 증거를 확보했다면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경우에 “직장을 찾아가서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항의를 하면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가 될 수도 있고, 상대방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상간녀라고 얘기를 하게 되면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이나 311조의 모욕죄가 될 수 있다. 또 온라인상이나 상대방의 직장 게시판 등에 대해서 상간녀라는 것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글을 올리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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