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에너지안보와 과학기술 혁신을 골자로 한 대규모 개각을 실시했다. 이번 개각으로 영국의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고 성장 잠재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수낵 총리의 포부지만 일각에서는 별다른 효과 없는 겉치레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7일(현지 시간) 기업에너지부를 해체해 에너지안보 및 넷제로(Net Zero·탄소 중립)부, 과학혁신기술부, 기업통상부 등 세 부처로 나누는 개각을 단행했다. 디지털문화부는 문화미디어스포츠부로 개편하고 기존의 디지털 업무를 과학혁신기술부로 이관했다. 더타임스는 이번 개각이 신설 부처 수(3개) 기준으로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개각의 방점은 에너지안보부와 과학혁신기술부 신설에 찍혀 있다. 총리실은 성명에서 “에너지안보부는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확보 및 에너지 요금 인하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물가 상승이 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전쟁 등의 여파로 가계의 평균 에너지 요금이 지난해의 2배가량 오르면서 물가 상승률도 연간 10% 정도로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울러 수낵 총리는 “혁신이야말로 향후 10년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과학혁신기술부는 영국을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 이뤄지는 나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낵 총리는 지난해 150억 파운드 규모의 과학 연구 프로그램 창설 방안을 밝히는 등 “영국을 ‘과학 초강대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수낵 총리의 한 측근은 “기업에너지부는 너무 비대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에너지 위기가 이를 입증했다”며 개각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개각에 대한 정부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타임스는 생활비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개각으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일부 하원의원과 관료들이 의문을 표했다고 전했다. 고위공무원노조(FDA)의 데이브 펜맨 사무총장은 “공무원들은 ‘변화를 만드는 것은 정책이지 부서의 우두머리가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