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이 장관의 운명은 헌법재판소가 쥐게 됐다. 헌재는 탄핵안에 대해 최장 180일까지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장관 탄핵안이 이날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됐다. 헌재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 사직이나 해임도 불가능하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견서가 헌재에 제출되면 심리가 시작된다. 이 장관 탄핵안에 대한 공이 헌재로 넘어간 것이다.
헌재는 재판관 9인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 심리로 탄핵 심판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각하 결정을 내리고 심리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국회가 청구한 심판인 만큼 각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 심판은 재판관 7인 이상이 참석하면 열리고 6인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인용된다. 탄핵 심판은 구두변론이 원칙인 만큼 이 장관은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재판부에 의견을 밝힐 수 있으며 출석을 거부할 경우 당사자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헌재 심판의 쟁점은 이 장관이 10·29 참사 부실 대응 의혹과 관련해 재난안전법이나 국가공무원법을 위배했는지 여부다. 국무위원의 탄핵은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법률 위반이 중대할 경우 가능하다. 야 3당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탄핵소추안에 △헌법 34조 6항(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 △재난안전법 8개 조항 △국가공무원법 56조(성실 의무)·63조(품위 유지 의무) 위반 근거를 빼곡히 채워넣었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이 장관의 파면이 최종 확정되며 반대로 기각되면 이 장관은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헌재법상 헌재는 사건 심리를 180일 내에 마쳐야 한다. 헌재는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건 배당과 공개 변론 일정, 탄핵 심판 진행 절차와 방법 등을 곧바로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탄핵 심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만에 기각 결론이 내려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만에 인용 결정이 났다.
다만 현재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이선애·이석태 재판관이 각각 3월과 4월 퇴임한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후임 재판관 인선 작업에 착수했으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쳐야 해 신속한 임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임 재판관 지명이 늦어져 재판관 공백이 생기더라도 7인 출석 요건은 채워지기 때문에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심리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관이 7명만 남으며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심리 기간이 180일을 넘긴 사례도 있었다. 임성근 전 판사의 경우 탄핵안 의결 후 267일 만에 각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