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헌정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되면서 행안부는 적잖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장관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행안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주요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행안부 직원들은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의결되자 어느 정도 예상됐던 사안인 만큼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동요 없이 대체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행안부의 한 국장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탄핵소추 통과가 충분히 예상됐기에 내부적으로 크게 혼란스럽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각종 재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인 행안부 장관의 공백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차질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 장관 취임 이후 행안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경찰 개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일선 경찰의 반발에도 행안부에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며 경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설립을 주도하며 경찰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장관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차질이 우려된다.
각종 재난 사고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행안부는 지난해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범정부 국가 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재난 사고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청과 소방청을 외청으로 둔 행안부의 특성상 장관 부재가 재난 대응 역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일각에서 제기된 법조인 출신의 실세 차관 임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관 궐위 상황에서 한창섭 차관과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급)의 이른바 ‘투톱 체제’로 행안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입장은 다른 부처 공직자들의 동요를 막고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도 법조인 출신 장관이 거듭 등용되기는 했지만 지금 행안부는 업무와 권한에서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장관을 보좌하는 차관에 법조인이 오면 업무 파악에 상당한 시간일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