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정 사상 첫 장관 탄핵안 통과, 巨野의 의회권력 남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통과됐다. 75년 헌정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소추다. 169석의 거대 야당이 무리하게 탄핵소추를 밀어붙여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됐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행안부 업무 공백도 불가피하게 됐다. 여야의 극한 대립에 따른 정국 경색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수습 과정에서 적절한 대응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에 대한 최고 수위 징계인 탄핵은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는 있지만 탄핵하려면 법적으로 중대한 잘못이 있어야 한다. 헌법 제65조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사소한 법 위반, 직책 수행의 성실 여부는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핼러윈 참사를 수사하면서 이 장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수의 헌법학자들도 장관 탄핵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헌재의 인용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 일부에서 이 장관의 법률 위반 여부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거대 야당이 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탄핵소추를 밀어붙인 것은 윤석열 정부를 흔들겠다는 무책임한 정치 공세로밖에 볼 수 없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내세워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고 의회 권력을 남용한 것이다. 명분도 실익도 없는 탄핵 추진으로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연루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하려는 시도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탄핵 정국에 따른 여야 갈등 증폭으로 국회에 쌓여 있는 민생·경제 법안 처리도 더 어려워지게 됐다. 헌재는 탄핵소추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내려 국정 혼란 장기화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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