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혁신적 디자인의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적률 120% 상향, 건폐율 완화 등 파격적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 건축의 전시장’이라 불릴 정도로 매년 새롭고 독특한 건축물이 탄생하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처럼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명소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첫 대상지로 ‘노들섬’을 낙점하고 ‘스카이 트레일’ ‘아트 브리지’ 등 다양한 창의적 건축물을 세울 계획이다. 주거 분야에서도 획일적 디자인의 ‘성냥갑 아파트’를 퇴출하고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조성을 위해 초고층 아파트 건립도 허용한다.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서울은 한강과 물길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지만 건축의 측면에서는 매력적인 도시라고 하기에 조금 많이 부족했다”며 “서울시에 매력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도시계획과 건축 행정에 매진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시는 △창의적 설계 유도 △유연한 제도 운용 △신속 행정 등 ‘3대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시행해 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재탄생시킬 방침이다. 먼저 공공건축물에 사전 공모를 도입하고 ‘선 디자인 후 사업 계획’ 방식의 디자인 우선 행정 시스템을 구축해 창의적 설계를 유도한다. 기존에는 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표준화된 공사비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디자인에 한계가 있었다.
민간의 경우에는 혁신 건축 디자인 제안을 받은 뒤 통합선정위원회(가칭)에서 사업 필요성과 디자인 적정성·효과성 등을 검증한다. 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높이(층수)와 용도 등의 규제를 완화하며 법정 용적률 120%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밖에 건축가의 위상 강화와 건축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서울시 건축상’을 내실화하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을 통해 건축 문화 저변 확대도 추진한다. 건축상을 프리츠커상에 버금가도록 위상을 높이고 건축상 심사위원들도 세계적 건축가·전문가로 구성해 평가의 공정성과 심사의 질을 높인다.
다용도 복합개발을 위해 서울형 용도지역제인 ‘비욘드조닝(beyond zoning)’의 세부 운용 기준도 마련한다. 비욘드조닝은 용도지역의 경계를 허물어 유연하고 복합적인 개발을 시도하기 위해 시가 도입한 개념이다. 주거·상업·공원 등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어떤 용도를 넣을지 자유롭게 정해 복합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주변과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정하던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디자인자유구역’으로 전면 개편한다. 특별건축구역은 그동안 아파트 일조권 등 규제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밖에 도시·건축·교통·환경 등을 ‘통합심의’로 실시해 디자인이 우선시되도록 신속 행정을 추진, 위원회 간 의견 차로 처음 설계안이 의도와 다르게 변경·왜곡되거나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일을 방지한다.
성냥갑 아파트도 퇴출한다. 경관과 조망, 한강 접근성, 디자인 특화 설계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며 아파트 저층부와 입면 특화, 한강변 및 수변 아파트 단지 계획 등의 우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다채롭고 개성 있는 디자인의 공동주택을 만든다. 다세대·연립주택 등 저층 주거지에 대해서는 디자인 특화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민 편익 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한다.
디자인 혁신 시범 사업도 진행한다. 공공 분야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기획 디자인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노들섬 사업을 포함해 제2세종문화회관과 성동구치소, 수서역 공영 주차장 복합개발 사업 등 4개 사업을 디자인 혁신 시범 사업으로 추진한다. 민간 분야에서는 올 상반기 중 ‘도시·건축 혁신 시범 사업’ 공모를 통해 대상지 5곳을 선정하며 선정된 시범 사업지에 대해서는 용적률 120% 완화와 높이 및 건폐율 배제 등 인센티브, 사업 전 과정 행정 지원을 통해 혁신 건축물을 유도한다.
특히 공공 분야 디자인 혁신 시범 사업은 노들섬에 최초로 적용된다. 시는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된 토머스 헤더윅(영국), 위르겐 마이어(독일), 김찬중(한국) 등 국내외 건축가를 초청하는 지명 공모 방식으로 노들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명된 건축가들은 노들섬 및 한강 일대 답사를 마치고 디자인을 구상 중이다. 시는 ‘자연과 예술, 색다른 경험이 가득한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목표로 공중에서 한강을 조망하게 하는 ‘스카이 트레일’과 한강을 유람하며 문화 체험을 하도록 하는 ‘아트 브리지’, 한강의 석양을 배경으로 하는 ‘수상 예술 무대’ 등을 신설해 노들섬의 디자인을 개선한다. 한강의 낙조처럼 한강과 노들섬의 숨은 매력을 찾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