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번째 소환 조사에서도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검찰이 3차 소환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르면 다음 주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 36분께까지 약 11시간 동안 이 대표에 대한 2차 검찰 조사를 진행했다. 1부는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한 사항을 먼저 신문했고 점심식사 뒤 오후부터는 3부가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내용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1차 조사 때 제출한 33쪽짜리 서면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차 출석 당시 "제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라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1차 소환시에 비해 두 배 많은 200장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했지만 이날 조사 다 끝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오후 9시 이후 야간조사에 동의하지 않으며 조사는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3차 소환이나 구속영장 청구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후 소환에서도 별 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전날 조사가 끝난 직후 "새로 제시된 증거가 없고 검찰에 포획된 대장동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 말고 아무 근거 찾을 수 없었다"며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이럴 시간에 '50억 클럽'을 수사하든지 전세 사기범이나 주가 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진정한 검찰 아닌가"라며 "국민이 맡긴 권력을 보복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모든 게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3차 조사를 요구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검찰에 물어보라"고 하며 차를 타고 떠났다.
이 때문에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에 비중을 두고 고심 중이다. 소환 조사 실익이 없는 데다가 야당 대표를 재차 부르는데 대해 지지자 비판 여론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거부될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은 이 대표에게 정치적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표가 소환 조사에 모두 응하고 있다는 점은 검찰로선 영장 청구를 하는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께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이송받아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