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인 전현무가 TV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 선보인 ‘오이 토스트’가 화제를 모으면서 이를 따라 만들어 먹어 본 사람들의 경험담도 소셜네트워크(SNS)에 줄을 잇고 있다. 재료와 조리 과정, 맛 평가 등을 정리한 게시물 다수에서 언급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오이 가격이다. 흔한 음식 재료라 생각해 온 오이가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먹방 유튜버 ‘입짧은 햇님이’도 얼마 전 라이브 방송에서 오이 토스트를 만들면서 재료가 모자라자 “요즘 오이가 진짜 비싸다”며 “이게 작은 거 다섯 개 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입짧은 햇님이가 작은 오이 5개를 사는 데 쓴 돈은 약 7500원. 개당 1500원 꼴이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오이 소매 가격은 10개 기준 2만949원으로 평년(1만6264원) 대비 29%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8일 기준, 1만 2016원)과 비교하면 무려 74%나 오른 수치다. 이는 전국 평균가로, 서울을 비롯해 10개당 2만 3000원을 넘긴 곳도 있다. 오이 한 개 사려면 2000원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오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칼국수 고명과 비빔밥 재료는 물론, 일상에서 각종 찌개에 많이 쓰는 애호박은 한 개에 2537원(평년 2315원)까지 값이 뛰었고, 개당 3000원에 판매되는 곳도 있다. 2개월 전(1347원)과 비교하면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변화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참고로 8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 100g 소매 가격은 2405원이다. 이 외에도 시금치 1kg이 8547원으로 평년(6185원)보다 부담스러운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채소 가격이 오른 것은 한파와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과 고추 등은 대표적인 시설 채소인데, 올해 들어 전기·가스비가 오르며 관련 비용이 생산 과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당분간은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해 농가의 구입 품목 별 증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농 광열비’ 항목 지출이 전년 대비 67%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부터 일상 곳곳에 침투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탓에 식품비 지출 규모도 커졌다. 농산물 뿐만 아니라 원부자재가 인상 여파로 각종 가공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고, 재료비와 공공 물가 등 고정비 상승을 이유로 외식비도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가구의 지난해 3분기 명목 식품비(외식·주류 포함) 지출액은 가구당 월평균 83만 2438원으로 2분기 대비 8.3%,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와 비교하면 18.9%로 크게 늘었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 식품비’로 들여다보면 가계가 느끼는 물가 상승 부담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 식품비 지출액은 73만 8037원으로 2분기 대비 7.1% 증가했다. 식품 소비는 계절성을 타는 만큼 ‘동분기’ 수치가 중요하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에 비해서는 실질 식품비가 8.7% 증가했지만, 2020년과 2021년 동기와 비교하면 그 수치가 각각 2.7%, 0.1%로 증가 폭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식품 소비를 위해 지갑에서 나가는 돈의 절대 액수(명목 지출)와 실제 구매력(실질 지출) 간 격차는 2019년 1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 유사한 추이를 보이다가 이후 점점 벌어졌다. 연구원은 “식품 소비자 물가 지수가 2021년 1분기 이후부터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2021년 1분기 1만 4000원이던 격차는 지난해 3분기 6만 7000원까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