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이 언제 막을 내리고 하락 추세로 전환할까. 현재 증권가의 모든 관심은 미국으로 향해 있다.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물가 수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의 시각도 분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시장의 기대에 반하는 지표가 지속될 경우 기대감이 빠르게 소멸하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함께 수급상 지금 시장은 상승 추세의 초입에 진입했으며 단기 조정에는 적극적인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는 낙관론이 공존한다.
코스피 소폭 하락…개인·외인 반도체, 2차전지 매집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0.67포인트(0.43%) 내린 2469.73에 거래를 마쳤다. 1월 한 달 간 쉼 없이 달려온 코스피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하락 마감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주중에도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등락을 거듭하면서 방향성을 못 잡는 모습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5.65포인트(0.73%) 오른 772.44에 장 마감했다. 코스닥은 1월 매주 1.42%, 3.32%, 0.86%, 3.24%, 3.45% 오른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 주 코스피에서는 개인이 1조 3230억 원을 사들였다. 하락장에서 적극적인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세도 이어지면서 4202억 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반면 기관은 총 1조 7945억 원을 팔아치우면서 지수 하방 압력을 높였다.
기관은 삼성전자를 3976억 원어치 파는 등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카카오 등 대형 종목을 순매도했다. 물량은 개인이 대부분 받아냈다. 개인은 삼성전자를 1530억 원, 카카오를 1516억 원 사들였다. 포스코홀딩스(1383억 원), 네이버(1297억 원)가 뒤를 이었다. 외국인은 반도체와 2차전지에 관심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902억 원, 2508억 원 사들였으며 에코프로(2654억 원), 삼성SDI(1957억 원), 에코프로비엠(1861억 원) 등에도 1000억 원대의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물가·경기지표에 일희일비 하는 증시
증권가는 1월 증시 랠리를 이끌어온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인하 기대감을 실제 지표들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에서 증시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인다고 진단한다. 앞서 미국의 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비둘기파적인 색채를 보여주자 시장은 환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주 미국의 고용이 탄탄한 수준이라는 지표가 나오자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통화정책상 호재와 악재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등락을 거듭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간밤에도 미국 미시간대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2월 미시간대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2%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였던 4.0%를 웃도는 수준임은 물론이고 1월 3.9%보다 상승한 수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치의 조정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월 대비 ?0.1%에서 +0.1%로 수정되기도 했다. 둔화되고 있던 지표들을 보고 시장이 기대를 품게 됐는데, 정작 인플레이션의 상방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음 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 주에는 미국의 1월 실물·물가지표가 발표된다. 14일에는 미국의 1월 CPI가 발표되고 15일에는 소매판매 지표가 나온다. 소매판매는 15일 발표될 예정인데, 전월 대비 1~2% 증가가 예측된다. 지난해 12월에는 ?1.1%를 기록한 바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디스인플레이션 기대가 제어되는 한 주가 될 것”이라며 “다음 주에는 각종 지표를 확인하면서 시장의 연착륙 기대와 금리인하 기대를 다시 한 번 검증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가도 혼돈…신중론 vs 낙관론
증권가에서는 신중론과 낙관론이 공존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대신증권이 대표적인 신중론자다. 1월 상승장에도 꾸준히 하방 위험을 경고해왔던 이경민 연구원은 “물가 하락속도에 대한 시장의 전망과 기대가 바뀐다면 2023년 금리 고점의 추가 상향조정은 물론, 금리인하 기대 약화와 소멸 가능성도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신중론을 이어갔다. KB증권도 신중론에 합세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금요일에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는 외국인들에게 포지션 청산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며 “미시간대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를 비롯해 물가 수준이 높아진다면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낙관론에도 힘이 실린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의 예상 범위로 2450~2580포인트를 제시했다. 현재 수준에서 하락보다는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부양 기대감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 자금 집행을 충분히 하지 못한 기관 투자가들의 대기자금 등 수급적으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수급요인에 따라 주식시장의 강세가 연장될 수 있으며 단기 조정시 매수 대응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대표적인 낙관론자다. 신승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의 유동성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당장 부진한 실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시장을 떠나면 안 된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많이 올라 조정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번 하락은 건강한 기간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아 조정 시 매수하면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