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스케이팅이 김연아 이후 14년 만에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주인공은 열여덟 살 이해인(세화여고)이다.
이해인은 11일(한국 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브로드무어 월드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4.96점, 예술점수(PCS) 66.75점, 합계 141.71점으로 시즌 최고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9.13점으로 6위였던 그는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더한 총점에서 210.84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해인이 ISU 주관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건 처음. 지난해 이 대회 때는 은메달이었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의 4대륙선수권 우승은 2009년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쇼트프로그램 점프에서 다소 아쉬움을 낳았던 이해인은 이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음악에 맞춰 클린 연기를 선보이며 실수를 모두 만회했다.
이해인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발전 때 1차 대회 6위에 그치고 2차 대회에서도 이를 만회하지 못해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해 4대륙선수권에서 개인 최고점(213.52)으로 준우승하며 다시 날개를 폈다. 올 시즌 두 차례 시니어 그랑프리에서는 모두 4위로 메달을 놓쳤지만 좋은 기억이 있는 4대륙선수권에선 다시 힘을 내며 정상에 오른 것이다. 쇼트프로그램 1위로 금메달에 도전한 김예림(20·단국대)은 은메달(209.29점)을 획득했다. 동메달은 일본의 치바 모네(204.98점)다.
한국 빙상은 남자 쇼트트랙 박지원(27·서울시청)이 월드컵 6차 네덜란드 대회 1500m 금메달을 따고 여자 스피드스케이팅(빙속) 김민선(23·의정부시청)이 월드컵 5차 폴란드 대회 500m를 37초 90의 기록으로 제패하면서 숨 가쁜 금메달 행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