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직역연금 보험료율 통일…尹 '구조 개혁' 첫 발 뗀다

[군인연금 10년 만에 대수술]연금개혁특위 회의록 보니
군인연금 이미 1973년 기금 소진
이대로면 47년뒤 적자 5.2조 달해
'덜 내고 더 받는' 구조 손질 시급
가입자 반발에 8년전에도 손못대
"총선 앞둔 국회, 논의 서둘러야"


“역사적 책임과 소명을 피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 완성판을 만들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힘줘 말한 ‘개혁 완성판’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까지 포함한 공적연금제도 전반의 구조적 개혁을 의미한다. 노후소득보장제도 간 형평성을 맞추고 연금 재정의 지속성을 궁극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연금제도 통합 등 구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해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보험료율과 지급률을 맞추고 통합 운영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렇게 안팎에서 요구되는 공적연금 통합을 위한 첫 단추는 군인연금 개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제 8·9차 회의록에 따르면 민간자문위는 군인연금의 보험료율을 14%에서 18%(국가와 개인이 절반씩 부담)로 높이고 지급률(연간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은 1.9%에서 1.7%로 낮추는 방향으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사학·군인 등 3대 직역연금의 보험료율과 지급률이 같아지게 돼 향후 연금제도 통합 작업이 한층 수월해진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점을 고려하면 4대 공적연금 간 보험료율 간격도 줄어들 수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의 군인연금 개편에 대한 큰 이견이 없었던 만큼 민간자문위는 이달 말 국회에 보고할 개혁 권고안에 이 같은 내용을 그대로 담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민간자문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개혁을 추진하게 되면 군인연금은 10년 만에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군인연금 개편은 보험료율이 11%에서 14%로 오른 2013년을 끝으로 10년째 감감무소식이다.


군인연금 개혁 필요성은 이미 수차례 제기돼왔다. 공무원·사학연금과 운영 방식이 달라 제도 간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면서 연금 개혁 논의의 걸림돌로도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군인연금의 저급여·고부담 구조는 갈등의 핵심이다. 월 평균 소득이 100만 원인 사람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군인연금 가입자는 매달 7만 원(보험료율 14% 중 개인부담 7%)을 내고 54만 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공무원·사학연금이 9만 원을 내고 51만 원을 연금으로 받는 점을 고려하면 군인연금이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인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다른 연금과 비교하면 군인연금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보험료율 인상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욱이 날로 악화하는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1조 7000억 원이던 군인연금 적자 규모는 2050년 4조 4000억 원에서 2070년 5조 2000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군인연금의 경우 1973년 이미 기금이 소진돼 적자를 국고로 메우는 실정이다. 커지는 적자 규모만큼 국가 재정 부담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2002년 기금이 소진돼 국고가 투입되는 공무원연금까지 합치면 재정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이대로라면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 한 명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국가가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2030년 연간 1219만 원에서 2050년 1737만 원, 2070년 1754만 원까지 증가한다.


군인연금까지 포함한 연금 구조 개혁은 최근 보험료율 인상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왜 국민연금만 건드리느냐’는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가입자들의 반발이다. 군인연금은 계급별로 정년이 다르고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공무원·사학연금보다 더 유리한 구조로 짜여져 있는데 이를 보험료율과 지급률로만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5년 공무원·군인연금 개혁 추진 당시에도 군인연금 개혁은 결국 실패한 바 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연금 개혁 논의에 적극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큰 상황에서 이해 당사자 반발이 심한 군인연금 개혁의 경우 선거를 의식해 중장기 과제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금특위 내부 관계자는 “연금 재정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수 개혁보다 구조 개혁이 근본 해결책인 것은 맞다”면서도 “여론 부담에 국민연금 모수 개혁에서도 한발 물러났는데 더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 개혁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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