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인사처장 "국적·연봉 안 따지고 인재 영입…우주청을 테스트베드로"

[서경이 만난 사람]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대담=민병권 정치차장
글로벌 인재전쟁 맞춰 '인사 규제' 개혁…우주청에 독립적 자율권
AI와 일하는 시대…챗GPT 등 업무 생산성 높이는데 큰 도움될 것
올해 공무원 '디지털 문해력' 교육…불필요한 비공식 위원회도 정비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앞으로 공직사회에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데 연봉은 물론 국적에서도 제한을 크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생각입니다. 외국 국적의 인재도 데려올 수 있다면 데려와야 합니다.”


인사혁신처가 공직 분야에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규제 혁신의 고삐를 당긴다. 특히 연봉 규제 완화 대상을 확대하고 국적 제한도 풀 방침이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 처장은 특히 현 정부가 신설하는 우주항공청에 독립적 인사권을 줘 글로벌 인재를 데려올 수 있도록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그는 “우주항공청이 (정부 인사 정책 혁신을 위한) 하나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항공청이 출범하면 인사 분야에 관해서는 상당 부분 완전히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다른 정부기관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외국인·민간 채용의 문턱을 낮출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적에 대한 각 부처의 인사 재량권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은 인재 전쟁 시대”라며 “이제는 국적 등 경계를 대폭 허물 때가 됐다”고 했다. 또한 “민간과의 장벽도 훨씬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처는 지난해 9월 ‘인사특례규정’을 확대해 각 부처에 채용·승진·전보 등 자율권을 준 상태다. 김 처장이 여기에 더해 국적 장벽도 허물겠다고 함에 따라 앞으로 인사 특례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김 처장은 9급 공무원 공채 시험문제가 여전히 암기식·단답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 정부 임기 내 9급 공채 시험문제를 점진적으로 개편하겠다는 게 그의 방침이다. 김 처장은 “올해 중에 9급 공채 시험 출제 경향을 어떻게 개편할지 방향을 정해 모의고사처럼 샘플 문제를 (내년 이후에) 공개한 뒤 몇 년 동안 유예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인공지능(AI)과 함께 일하는 시기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뛰어난 작문 능력 등으로 주목받는 대화형 AI ‘챗GPT’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직 분야에도 AI가 도입된다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공무원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많은 편인데 AI 등을 도입하면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면서도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 처장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올해 대대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했다. 올해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서 실시하는 디지털 문해력 교육에 공무원들을 적극 참여시키겠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는 행정 시스템을 상당 부분 디지털화했기 때문에 AI 시대에 대비하는 데 유리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행정 디지털화는 매우 우수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고 김 처장은 소개했다.


공무원 채용 시험과 관련한 정보를 안내하는 ‘사이버국가고시센터’ 홈페이지와 정부 인사 행정 플랫폼인 ‘E사람’, 공무원 재산 등록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공직윤리시스템(PETI)’ 홈페이지가 대표적이다.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 행정 운용의 혁신도 잘 진행돼왔다. 그는 공무원 모집·채용 방식 및 고위 직급의 리더십 역량 개발 분야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각각 3위로 평가받은 점을 언급하면서 “OECD 집행부에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열성적으로 벤치마킹을 시도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인사처는 보다 효율적인 인재 채용과 업무 수행을 위해 올해 상반기 중 공직사회 내 각종 불필요한 위원회들을 유형별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공직사회에 공직자윤리위원회나 징계위원회 같이 법률에서 규정한 위원회뿐 아니라 개별 법령 등에 근거한 위원회들이 많은데 이를 모두 집계해봤더니 무려 76개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중에서도 꼭 필요한 위원회가 있겠지만, 요즘처럼 급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장을 하나 지으려 해도 3~4년이 걸리고 사람 하나를 뽑는 데도 불필요한 절차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불필요한 위원회와 절차를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76개로 흩어져 있는 위원회들을 각각 채용 관련 위원회, 승진 및 전보 관련 위원회, 퇴직 관련 위원회 등으로 분류해 상반기 중 정비하기로 했다. 김 처장은 “위원회들을 유형별로 모아 정리하면 기능이 보다 전문화될 것이고 내부에서도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MZ세대 공무원의 조기 퇴직률을 낮추는 것도 김 처장의 주요 과제다. 인사처에 따르면 공직에 들어와 5년 내에 퇴직하는 MZ세대 공무원은 2017년 5000여 명에서 4년 만인 2021년 1만 명으로 두 배가 됐다. 그는 “MZ세대의 조기 퇴직이 늘어나는 현상은 공직뿐 아니라 취업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MZ세대가 국가공무원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공직의 미래 역량과 경쟁력을 담보하려면 MZ세대가 매력을 느끼고 공감하는 공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김 처장은 “MZ세대가 조기에 퇴직하는 이유를 내부적으로 분석해보니 낮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 문화, 과도한 민원 등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중 보수 문제의 경우 지난해 9급 공무원 임금을 5% 인상하고 직급보조비도 2만 원 올려 공무원 노조에서도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도 하위 실무직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직급보조비를 꾸준히 인상해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사처는 현재 공직자가 큰 성과를 창출한 경우 특별성과가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파격적인 보상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성과 보상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이는 MZ세대 공무원의 근속률을 높이는 한편 공직사회 자체의 복지부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김 처장은 “요즘 공직사회가 너무 느슨해졌다, 민첩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환기했다. 따라서 공직 문화 혁신, 적극 행정, 국민 중심 행정을 중심으로 성과 보상 부분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김 처장은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 치열한 업무 성과 경쟁이 일어나도록 유인책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그런 차원에서 능력 있는 공무원 누구나 응시하고 선발될 경우 승진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국·과장급에 대해 적용했던 ‘공모제’를 올해 4~5급 중간 관리자급까지 확대하려고 한다”며 “1년 차의 6급 공무원도 능력만 있으면 5급에 오를 수 있는 파격적인 제도”라고 소개했다. 앞서 인사처는 공모직위속진임용제 도입 근거를 마련해 올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상태다.


특히 김 처장은 이 같은 공모제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인사 교류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그는 “일단 중앙부처 내에서 공모제를 확대할 예정이지만 지자체 간에도 실시해야 한다”며 “좀 더 넓게 인재를 구하려면 그렇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사처는 이와 함께 다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일반 부모, 그중에서도 경력단절여성을 별도로 채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3명 이상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공직 문호를 확대하고 승진·전보 등에 대한 우대 방안을 마련하는 식이다. 김 처장은 “특히 30·40대 여성이 많을 것”이라며 “민원 업무를 본다든지, 우체국에서 일한다든지 단기간 교육을 통해 배치 가능한 일자리를 찾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인사처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가족수당 인상도 지속 추진한다. 인사처는 기존에 자녀 수대로 2만 원, 6만 원, 10만 원을 지급하던 가족수당을 올해 각각 3만 원, 7만 원, 11만 원으로 1만 원씩 인상한 바 있다. 김 처장은 “가족수당을 받는 공무원의 89%가 6급 이하 공무원들”이라면서 “가족수당을 인상하면 실무직 공무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사처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 가족수당 인상을 적극 요청한 상태다.



He is…


△1963년 강원 원주 △1982년 원주고 △1986년 한양대 행정학과 △1992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2000년 미국 인디애나대 행정학 석사 △2013년 안전행정부 인사실장 △2014년 인사혁신처 차장 △2015년 대통령비서실 인사혁신비서관 △2016년 소청심사위원장 △2019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2022년 5월~ 인사혁신처장


정리=박경은 기자


사진=오승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