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소비' 효과에 실적 대박을 친 국내 패션 기업들이 올해 들어 뷰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얇아진 지갑에 소비 한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물가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초고가 화장품을 집중 육성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올해 자체 럭셔리 뷰티 '오에라'의 연매출 목표를 100억 원으로 잡고, 매장 수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먼저 지난해 말 기준 총 4개인 백화점 매장 수를 연내 9개까지 확대한다. 면세점의 경우 현재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한 곳에 입점해있지만, 앞으로 2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한섬 관계자는 "올해부터 제품 수(SKU)도 본격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라며 "고가 스킨케어부터 대중적인 쿠션팩트까지 아우를 것"이라고 말했다.
오에라는 한섬이 2021년 'K 명품뷰티'를 내걸고 창사 34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다. 자회사인 한섬라이프앤을 통해 스위스에서 제품을 만든다. 가장 비싼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50㎖)' 가격은 125만 원으로 국내 최고가다. 뷰티 업계는 한섬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국내 'VVIP' 고객을 잡음과 동시에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을 통해 면세점 수요도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브랜드인 '뽀아레'도 기존 스킨케어에서 립스틱과 볼터치 등 색조 카테고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는 국내를 넘어 프랑스 파리 백화점에 입점하며 유럽과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시장에 안착한 '비디비치'와 '연작'도 중국 리오프닝에 따라 매출이 반등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증권 업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화장품 매출이 지난해 740억 원으로 바닥을 찍고, 올해 900억 원을 다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패션 기업들이 뷰티 중에서도 초고가 시장에 뛰어드는 건 고객 소비 여력이 높아 경기 악화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실제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고물가가 덮친 지난달 하이엔드 뷰티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신장률은 7%로 일반 뷰티(3%)를 크게 앞질렀다. 여기에 올해 경기 둔화 등으로 패션 부문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뷰티 사업 확대 움직임을 앞당겼다는 평가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한 번 사용하면 더 낮은 등급의 제품으로 낮추기가 어려운 점이 특징"이라며 "올해는 실내 마스크 의무착용 해제 특수까지 겹쳐 초고가 뷰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