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산업용 전력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산업용 전력사용량(-1.9%)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전력 다소비 업종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국내 산업구조에서 산업용 전력 소비의 감소 추세가 경기 침체의 징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전력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산업용 전력사용량은 2만 5119GWh로 전년 동기(2만 5509GWh) 대비 1.5% 감소했다. 산업용 전력사용량은 국내 전체 전력사용량의 절반이 넘는 54%를 차지한다.
이 중 제조업 전력사용량은 2만 2587GWh로 1년 전보다 2.1% 줄며 감소 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제조업 전력사용량도 11월(-2.0%)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폐업이 늘고 있는 서비스업 또한 전력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0.6% 줄어든 1만 3717GWh를 기록했다.
이례적인 두 달 연속 전력사용량 감소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기온 등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경제가 성장할수록 전력사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하면 전력사용량은 0.42% 늘어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며 데이터센터 보급 확대 및 전기차 증가 등 전기화(electrification)의 영향으로 2036년까지 연평균 전력 수요가 2.5%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사용량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을 두고 ‘불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력 다소비 업종이 많은 한국의 산업구조를 고려해볼 때 분명 좋지 않은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여러 경제지표들은 불황을 가리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전년 동기(77.6%) 대비 무려 7.3%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됐던 2020년 7월(70.1%) 이후 2년 반 만의 최저치다. 지난해 12월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했고 무역수지도 4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최근 1년 새 20% 넘게 뛰어오른 전기요금도 전력사용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기요금이 1% 인상될 때마다 제조업의 원가 부담은 0.014% 늘어난다. 지난해 전기요금 상승 폭을 감안하면 제조업의 원가 부담이 0.3%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올 하반기 경기가 반등할 경우 전력사용량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통화 긴축 변화와 중국의 리오프닝 등으로 올해 경기가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기 활성화는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에너지 가격 고공 행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에너지 가격 현실화 등을 통해 수급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