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글로벌에 뒤진 한국 해운 M&A…HMM 매각으로 달라질까

글로벌 해운업 인수합병 20조 원 육박
지난해 국내 투자는 1600억 불과
대형화·사업 다각화 차원 투자 필요

국내 해운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해운업이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해상 운임 하락 충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몸값 10조원인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매각을 착수하면서 해운업에 M&A를 통한 산업 재편이 가능해질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삼일PwC경영연구원이 발간한 ‘신해양강국, 한국 해운업의 미래를 말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해운 산업 M&A 는 총 12건으로 약 19조 7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가장 규모가 큰 거래는 스위스 국적 해운선사 MSC의 프랑스 소재 물류기업 볼레로 로지스틱스 인수로 64억 달러(약 8조 1337억 원)에 달한다.


MSC는 아프리카 해상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난해 12월 투자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엔 남미 지역의 물류 유통 시너지를 위해 로그인 로지스티카도 인수한 바 있다.


반면 지난해 국내 해운업 투자는 총 1건으로 칸서스자산운용의 폴라리스쉬핑 투자가 유일하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유조선 벌크선 업체인 폴라리스쉬핑의 최대주주 폴라에너지앤마린과 컨소시엄을 결성해 1600억 원에 당시 2대 주주(STX, 호반건설, APC PE)의 지분을 인수했다. 칸서스운용은 추후 1대 주주 지분까지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자금 모집에 실패하면서 인수 6개월만에 전체 지분을 내놨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5년 간 글로벌 해운업은 대형화와 사업 다각화를 위한 M&A를 이어왔다고 분석했다. 항공과 육상 물류 업체를 인수해 종합 물류 유통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전자상거래와 물류 관련 통관 서비스 등 유관 사업 진출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해운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1위 해운사 머스크(Maersk)가 그 대표 사례다. 머스크는 관련 해운사 인수를 통해 선박 규모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왔다. 최근에는 IT플랫폼 기업을 인수해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고 에너지 효율과 농업, 식품 관련 회사에도 투자를 단행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국내 해운업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내 해운업 M&A는 총 9건으로 지난 2021년 1조 8000억 원 규모에 하나금웅그룹과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공동 투자해 에이치라인해운 인수 거래가 최대 규모다.


국내 해운업 M&A는 공격적으로 신사업에 진출 중인 글로벌 해운사와 달리 PEF의 해운업 투자와 해운사의 해외 물류사 인수 등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CJ(001040)로지스틱스 USA는 미국 물류업체 DSC로지스틱스를 인수(2314억 원)한 바 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해운사는 23건 이상의 투자를 단행해 국내보다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추세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글로벌 대비 국내 해운사는 투자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흥아해운(003280)과 창명해운 등 부실 해운사 매각이 주를 이루고 물류 기업 투자도 소수 사례에 불과해 국내 해운사가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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