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HUG 대위변제액 1692억원…1년새 3배 급증

7개월 연속 증가세…공기업이 위험 떠안은 상황

서울 시내의 주택 밀집지역 /연합뉴스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 대신 갚아주는 전세반환보증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갚은 돈(대위변제액)은 올해 1월에만 1700억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오는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넘는 주택은 보증보험 가입을 차단하기로 했지만, 집값 하락으로 ‘깡통주택’이 늘면서 HUG의 연간 대위변제액이 2조원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HUG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은 지난달 1692억원으로 조사됐다. 건수로는 769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1월의 523억원에 비해 1년 사이에 3.2배 급증한 것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HUG가 대신 갚고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지난해 7월 564억원이었던 대위변제액은 8월 833억원, 9월 951억원, 10월 1087억원, 11월 1309억원, 12월 1551억원으로 7개월 연속 증가추세다.


지난해 집값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발생한 깡통전세는 물론, 전세보증보험의 헛점을 노리고 사기를 친 빌라왕들 때문에 지난 한 해 HUG의 대위변제액은 9241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1년보다 83% 급증한 규모다. 신축 빌라 가격을 부풀린 뒤 전세보증금을 높게 받아 주택을 수백·수천 채 사들인 전세사기꾼은 이익을 취하고, 공기업이 위험을 떠안은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를 비롯한 부동산 관계 장관들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에서 논의된 전세사기 피해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윤희근(왼쪽부터) 경찰청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추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오승현기자


만약 올해는 대신 갚아주는 전세금이 더 늘지 않고 1월 수준만 유지된다 가정해도 연간 대위변제액은 2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 한 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731억원이었으며 HUG는 이 가운데 9241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줬지만,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21%)에 불과했다. 손실액은 7000억원 가량이었다.


대위변제금이 늘어나면서 HUG는 지난해 1천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HUG가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또한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보증 발급이 가능한데,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는 54.4배까지 올라왔다.


한편 정부는 HUG의 보증여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보증보험 상품 가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정부 출자를 통해 HUG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배수를 높일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HUG의 보증 총액한도를 70배로 늘리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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