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초만에 한편 뚝딱…"챗GPT로 쓴 리포트는 F"

[교육계 흔드는 챗GPT]
과제물 제출·적발 사례 잇따라
세종대 "AI 활용 부정행위 제재"
교육부, 직원포럼 등 '열공 모드'
전문가 "막을수 없는 기술 흐름
원칙 보완하면서 교수법 바꿔야"

교육부 직원들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제2차 디지털게릴라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오픈AI사의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체험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가 사회 전반에 빠른 속도로 진입하자 교육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 당국은 디지털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챗GPT를 비롯한 AI기술의 교육 현장 활용 논의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새 학기를 앞두고 있는 대학가는 표절이나 대필 등 악용 사례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세종대는 챗GPT를 학습용으로 참고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리포트로 제출해 적발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해 F학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학생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세종대가 이러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지난달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 챗GPT를 활용해 영문 에세이 과제를 제출한 학생들이 전원 0점 처리되는 일이 발생하는 등 표절·대필 등 악용 사례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챗GPT는 논문이나 편지·시까지 창작해내며 주목받고 있는 미국 오픈AI사의 대화형 AI 챗봇이다. 특히 개강을 코앞에 둔 대학들은 챗GPT 악용 방지 대책 마련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학교 공지 이전에 개별 강의계획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해외 대학은 이미 한 발 앞서 챗GPT 대응책을 마련했다. 미국 워싱턴대·버몬트대는 학칙에서 AI를 활용한 대필 등을 ‘표절’로 규정했다. 하버드대·예일대 등에서는 AI에 의해 작성된 글을 식별하는 프로그램인 ‘GPT제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표절을 걸러낸다는 계획이다.






교육 당국은 당장 세부적인 대응책을 내놓기보다는 ‘디지털 윤리 교육’ 강화에 초점을 두고 AI 기술의 교육 활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연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AI 윤리원칙을 발표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디지털 리터러시나 AI 윤리 등을 담은 교육 안내서를 일선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도 이날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AI 윤리 교재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AI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만큼 공론의 장을 적극 마련할 계획”이라며 “기존의 윤리원칙 등이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서 더 보완될 필요가 있는지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열공(열심히 공부) 모드’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교육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챗GPT를 주제로 한 ‘게릴라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교육의 역할 및 변화 방향을 고민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포럼은 이달 1일 1차 포럼에 이어 두 번째 개최된 자리였음에도 교육부 직원 130명이 신청하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포럼에서는 챗GPT 시연이 이뤄졌으며 악용 우려부터 교육 보조수단 활용 가능성까지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교육부는 이후 ‘챗GPT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과 디지털 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학계·기업·학교현장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디지털 교육 학술회의’도 개최할 계획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기술의 흐름이라 완벽한 악용 방지가 어려운 만큼 AI 활용 윤리원칙을 보완해나가면서 시대에 맞는 교수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제 수행 시 AI 사용을 금하고자 하는 이유는 ‘평가’때문”이라며 “AI를 사용한 과제를 제출할 경우 평가와 이에 따른 피드백이 무의미해지는 만큼 수업은 가정 등에서 동영상을 통해 미리 하고 수업 시간에는 과제나 평가를 하는 ‘플립러닝(flipped-learning·거꾸로 학습)’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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