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해 500만 달러를 제공하는 대가로 북측과 희토류 채굴, 카지노, 백두산 개발 사업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측에 전달된 자금의 일부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 비용으로 쓰였다.
13일 서울경제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공소장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은 2019년 1월 17일께 중국 선양에서 북한노동당 산하 통일전선부의 외곽 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 인사와 접촉했다. 당시 자리에서는 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대신 쌍방울그룹은 북측에 △희토류 등 광물 채굴 사업 △호텔·카지노 운영 사업 △백두산 관광지 개발 사업 등 대북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고 양측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또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께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측 인사들로부터 ‘경기도가 계속 이 지사의 방북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3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제안도 받았다. 결국 북측의 요청에 따라 쌍방울이 대규모 자금을 제공해 외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이 연루됐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북한 측이 추진한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이 유엔과 미국 측 대북 제재로 어려워지자 김 전 회장에게 모종의 제안을 했다. ‘경기도를 대신해 아태협 국제 대회 비용(3억 원)을 지원한 것을 계기로 대북 사업을 진행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후 안 회장을 통해 북측 인사를 소개받으면서 쌍방울그룹과 북측의 관계가 시작됐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경기도가 당시 문재인 정부와 별개로 추진하던 대북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자 이 전 부지사의 제안과 안 회장의 소개 등으로 쌍방울그룹이 북측에 대규모 자금을 지급하는 관계가 성사됐다는 것이다. 또 그 대가로는 쌍방울그룹이 각종 대북 사업을 추진할 이권과 이재명 대표의 방북이 제시됐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