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주치의 면담 신청해줘. "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비뇨의학과 병동에 입원 중인 서경제씨(67·남). 고열과 왼쪽 옆구리의 통증을 호소하며 가까운 응급실을 찾았다가 초음파검사 결과 좌측 신장에서 거대 농양이 발견되어 한림대동탄성심병원으로 전원됐다. 신장농양은 세균에 의한 급성 신우신염을 제 때 치료하지 않아 신장 주위에 농양(고름)이 생긴 상태를 뜻한다. '1~2주가량 입원해 항생제를 투여하며 경과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상황에 따라 배농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소견을 듣고 급히 입원하게 된 서씨. 아내가 짐을 챙기러 간 사이 홀로 병실에 남아 TV 채널을 돌리다 오전에 받았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가 궁금해졌다. 음성명령으로 주치의 면담을 신청하고 잠시 기다리니 벽에 걸린 스마트TV 속 화면에 이성호 병원장(비뇨의학과 교수)이 등장했다. 이 교수는 원격으로 검사 영상을 보여주며 "농양이 신장 주위 조직으로 더 퍼지기 전에 내원해 다행이었다. 현재로선 별도 시술 없이 약물치료만 받으며 경과를 지켜봐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이 국내 최초로 오픈한 ‘스마트병실’의 모습이다. 스마트병실에서는 병상에 눕거나 앉은 채로 스마트모니터(1인실) 또는 태블릿PC(4인실)를 통해 의료진과 원격 상담이 가능하다. 정해진 회진시간이 아니거나 급히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한 경우 스마트모니터로 시간을 정해 의료진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다. 병원 전용 메신저(한림톡)를 이용하면 병원 밖에서도 면담 신청이 가능하다.
주치의 외에 약제팀과 복약상담, 원무팀과 입원진료비 상담, 영양팀과 식이요법 상담, 사회사업팀과 진료비 지원 상담 등도 예약 후 원격으로 진행 가능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 입장에선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스마트모니터는 투약, 검사, 회진 등 환자가 일일이 기억하기 힘든 치료일정을 알람으로 알려 준다. 터치·리모콘 뿐 아니라 음성인식이 가능해 낙상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유용하다. 인공지능(AI) 스피커에 “도와줘”라고 외치면 간호스테이션에 신호가 전달돼 보다 빨리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이전까지 외래진료실이나 간호스테이션에서만 확인이 가능했던 CT·MRI·초음파 등 검사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SK플래닛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병실에서도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및 전자의무기록(EMR) 등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2021년 10월부터 SK플래닛과 협업해 ‘스마트병실의 초연결을 이용한 입원환경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이듬해 4월 보건복지부의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작년 12월부터 시범사업을 거쳐 이달부터 10개 병실, 25개 병상에 적용 중이다. 병동 내 전체 환자의 정보를 관리하는 대신 병상별로 배정된 환자 정보만 볼 수 있도록 매핑해 관리한다. 내년 말까지 790여 개 전 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성호 병원장은 “몸이 불편한 입원 환자들을 위해 병실 내에서도 검사결과 확인, 의료진과 원격상담, 맞춤형 일정관리까지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병실을 구축했다”며 “의료진의 편리성을 개선한다는 개념을 넘어 환자 치료와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스마터(Smater) 병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