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1년에 10만가구씩 늘어…'천편일률 재정지원'으론 역부족

[준비 안된 노인 1000만 시대]
2050년 5곳 중 1곳 '독거노인'
정부 종합지원대책 유지하려면
30년 뒤엔 예산 3배 더 늘려야
"건강·말벗 등 정책 세분화 필요"

지난해 3월 서울시 강동구의 한 빌라에서 홀로 살던 70대 남성이 숨졌다. 남성의 집에는 쓰레기 더미와 각종 고지서가 흩어져 있었고 밥솥 안에는 말라붙은 밥 한 덩이가 남아 있었다. 그해 10월에는 부산 영도구 주택에서 74세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이 노인은 숨진 지 한 달여가 지난 것으로 드러났다.






노년에 들어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질병이나 낙상처럼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해서만이 아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46.6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17.2명)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다.


이는 사회와 단절된 독거노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이면서 가구주 나이가 65세 이상인 가구는 2020년 기준 161만 8000가구에 달한다. 직전 조사 때인 2017년(134만 7000가구)과 견줘보면 3년 새 30만 가구 가까이 증가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독거노인 가구는 2050년이면 467만 1000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가구(2284만 9000가구) 다섯 곳 중 한 곳은 독거노인이 사는 집이라는 얘기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현행 복지 체계로는 이 같은 추세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독거노인 종합 지원 대책’ 등을 보면 돌봄 서비스 인력 확대 등 재정을 동원한 정책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문제는 현행 복지 체계를 유지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30년 뒤에는 연간 투입되는 예산을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당국의 한 인사는 “독거노인이 노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전체 가구의 20%가 넘는 가구를 재정을 동원해 지원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독거노인의 범주를 세분화해 지원 수준을 차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생계와 건강, 인간관계 등 독거노인이 겪는 문제를 구분한 뒤 우선순위를 나눠 개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돌봄 서비스 등을 확대해 지원하되 말벗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는 인력을 투입하기보다 노인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확대하는 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인력 투입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전체 독거노인의 수요를 감안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률적인 지원책을 내놓기보다는 독거노인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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