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이 왔다"…현대차·에쓰오일 생산직 공채에 구직자들 '들썩' [뒷북비즈]

◆얼어붙은 채용시장 '활기'
에쓰오일, 고연봉에 4조2교대 실시
워라밸 원하는 구직자에 인기 높아
현대차는 '무스펙 채용'으로 진행
고용한파 우려에 경쟁률 폭발 예고

기아 직원이 생산 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

현대차(005380)·기아(000270)에 이어 에쓰오일이 신입 생산직 채용에 나서면서 구직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들은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달하고 사업이 안정적이어서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올해 경기 침체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이들 회사의 채용 경쟁률이 크게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전날부터 생산직 신입 사원 채용 지원서 접수를 받고 있다. 모집 인원은 수십 명 규모로 올해 5월부터 울산공장에서 근무할 인력을 뽑을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생산 인력을 채용하게 됐다. 정유·화학 공장에서 생산직은 주로 설비가 원활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직무를 맡는다.





에쓰오일은 화학 사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키우기 위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에쓰오일은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크래커를 구축하는 ‘샤힌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스팀크래커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올해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 규모는 에쓰오일 대주주인 아람코의 국내 투자 중 사상 최대인 9조 2580억 원(약 70억 달러)에 달한다. 에쓰오일은 2018년 완공된 40억 달러 규모의 1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 투자로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 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에쓰오일 채용 공고가 뜨자 “끝판왕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생산직 취업 희망자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업종은 정유사로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다. 특히 이틀 일하고 이틀 쉬는 4조 2교대제를 채택하고 있어 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 구직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올 초부터 세간의 관심을 끈 현대차 생산직 신규 채용도 이르면 이달 중 공고를 통해 세부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말 올 상반기 400명, 하반기 300명 등 총 700명의 생산직을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의 생산직 신규 채용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10년 만의 현대차 생산직 공채가 임박한 가운데 지원자는 10만 명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은 9600만 원(2021년 기준)에 달하는 데다 통상 만 60세 정년이 보장된다. 더구나 이번에는 연령과 전공·학력 제한을 두지 않는 ‘무스펙 채용’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학력의 구직자는 물론 기존 직장인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점가에서 현대차 생산직 수험서가 인기리에 팔리고 온라인에서는 각종 합격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기아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생산직 신규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8일 기아 노사는 올해 신규 채용에 대해 합의했으며 구체적인 채용 규모 등은 추후 논의를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기아는 지난해 100여 명의 생산직을 뽑은 바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주요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올해 경기 침체로 고용 한파가 불어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최근 노동시장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증가율은 2.7%인 반면 올해는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수익성 악화, 자금시장 경색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인력 구조 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천구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예상보다 심화된 경기 부진으로 고용 규모가 컸던 산업군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채용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