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행에 새로 들어온 행원 가운데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생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는 소식에 한은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서울대 졸업장이 우수 인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때 서울대 편중이 심각하다는 우려를 받았던 한은에 서울대 출신이 하루아침에 뚝 끊기면서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한은뿐만 아니라 금융 공기업 전반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와 함께 낮은 처우 등으로 한은이 인기 없는 직장이 됐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15일 한은 안팎에 따르면 올해 한은 신입 행원 63명 가운데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생은 2명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올해 경제학(30명), 경영학(16명), 법학(5명), 컴퓨터공학(9명), 통계학(3명) 등 63명을 채용했다.
경제학과를 제외한 전체 서울대 출신 비중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10년 전만 해도 전체 신입 행원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35~40%로 대부분이 경제학과 졸업생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서울대 비중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SKY’ 출신 비중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과거 70~80% 수준이었던 SKY 비중은 최근 50%까지 떨어졌다.
한은 내 SKY 비중이 작아지면서 예전부터 국회로부터 지적을 받아왔던 특정 대학 편중 문제는 해소됐다. 신입 행원들의 출신 대학은 과거 5~6곳에 그쳤는데 2022년 14곳에서 2023년 22곳으로 크게 늘면서 오히려 인적 다양성이 개선됐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출신 학교와 전공 등이 다양해지면서 보수적이고 획일화됐던 조직 문화가 점차 바뀔 것이란 기대도 함께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른바 SKY 재학생 사이에서 한은을 포함한 금융 공기업 취업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해당 대학 사이에선 한은 입행을 함께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이 자취를 감췄을 뿐만 아니라 한은 서류 전형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통화정책 경시대회에 대한 관심도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42개 대학, 75개 팀이 참여한 한은 통화정책 경시대회에 서울대는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2019년 대회에선 서울대가 대상을 받았다.
올해는 한은이 당초 목표로 했던 인원조차 다 뽑지 못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올해 채용인원을 ‘72명 이내’로 명시했다. 지난해 신입 행원 50명보다 44%나 늘린 규모다. 정년퇴직은 물론이고 중간에 직장을 옮기는 젊은 직원들이 늘면서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필기시험 등에서 대거 과락이 발생하면서 결국 채용 기준을 충족하는 우수 인재 63명만 채용하게 됐다.
한은 직원 사이에서는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과장급 직원은 “서울대 나왔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처음 소식을 듣고 솔직히 놀랬다”라며 “총재가 새로 왔는데도 처우가 개선되지 않다 보니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직원은 “같은 고생을 하더라도 돈을 더 많이 주는 민간 기업을 우선 선택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토로했다.
역설적으로 현 경제·금융 당국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장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론이고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등은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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