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레고랜드발(發) 자금 경색 여파로 몸살을 앓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만기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화돼 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유안타증권(003470)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증권사와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모는 35조 50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2020년 말 기준 잔액 대비 35%가량 증가한 수치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잔액이 저점 대비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PF ABCP 차환 환경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지원 의지를 보이고 정책성 자금이 유입되며 PF ABCP 잔액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공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PF ABCP 잔액이 먼저 증가했으며 이후 건설사들도 수혜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만기가 레고랜드 사태 이전 대비 단기화되고 있어 유동성 대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1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PF ABCP의 비중은 증가한 모습이다"며 "원래 만기가 짧았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의 만기 단기화는 건설사에서 더 가시적으로 나타난다. 1개월 내 초단기물 비중은 레고랜드 사태 직후 대비 줄어들어 2~3개월 만기 채권 비중은 소폭 증가했지만 4개월 이상 채권 비중은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우량등급과 비우량등급 사이의 조달 금리가 양극화되고 있어 비우량 등급의 부실화도 우려된다. 공 연구원은 "급등했던 PF ABCP 금리는 우량물을 중심으로 수급 상황이 개선되며 안정화됐지만 A2 등급은 여전히 높은 금리에 발행되며 등급 간 금리 격차가 심화한 모습이다"며 "과중한 우발부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지속되는 모습으로 하위 등급의 자금조달환경이 개선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 기초자산인 PF 대출의 회수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 연구원은 "기초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신용보강을 제공한 기관들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한다"며 "부실자산이 증권사나 건설사의 수익성과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PF 사업의 대주로도 참여함을 감안하면 자산 부실화가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문제로도 전이될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 악화가 금융시장의 부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