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005930) SAIT(옛 종합기술원) 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000660) 대표(부회장)가 국내 반도체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김 회장과 박 부회장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각각 기조연설을 했다.
먼저 기조연설에 나선 김 회장은 “(반도체) 첨단 기술 경쟁력을 만들어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인력”이라며 “인공지능(AI)과 챗GPT가 잘한다고 해도 반도체 공정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으면 전혀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수한 인력을 통해 만들어진 최첨단 기술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며 “우수한 인력이 있으면 기술 혁신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인력 양성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솔직히 저희도 계약학과도 만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며 “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국가·학계·산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해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반도체 지원이나 육성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정도의 지속적인 정책은 필요하다”고 지원 강화를 요청했다.
박 부회장도 인력 양성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언급했다. 그는 “현재 예상으로는 2031년 학·석·박사 기준으로 총 5만 4000명 수준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우수 인재 육성, 정부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 노력, 미래 기술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인재 육성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전국 지역 거점 대학에 반도체 특성화 성격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와 국가 균형 발전도 기대된다”고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챗GPT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챗GPT’ 등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가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며 “AI 시대에 일어날 기술 혁신의 중심에는 항상 메모리 반도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등장만으로 시장을 재편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상품을 뜻한다.
반도체 공정을 간소화해 대기업, 소재·부품·장비, 학계가 함께 활용하는 ‘미니 팹(반도체 생산 공장)’ 구축도 제안했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는 2027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내에 미니 팹 성격의 300㎜ 기반 ‘트리니티 팹’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심포지엄 후 기자들과 만난 박 부회장은 감산 관련 질문에 “(반도체 다운턴을) 다양하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엄청난 수준의 감산을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