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4개국, 캐나다 등이 14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화약고’인 서안지구 정착촌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극우파 네타냐후 정부의 집권 이후 급격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서안지구 내에서 무력 충돌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의 외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을 악화하고 양국 간 협상 노력을 저해하는 일방적 행동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깊은 우려’를 표명한 뒤 하루 만에 EU 4개국과 함께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 역시 이날 "이러한 일방적인 행동은 포괄적이고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하며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앞서 12일에 네타냐후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불법으로 건설된 유대인 정착촌 9곳에 대한 소급 인가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네타냐후 정부는 새로운 정착촌 건설 승인까지 예고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을 인정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은 수년간 이곳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택을 철거하고 불법적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다만 한꺼번에 9곳이나 되는 정착촌을 합법화한다고 공언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을 흔드는 심각한 도발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가 서안지구 내 영향력 확대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양국 관계는 연일 악화하고 있다. 특히 극우파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치안(국가안보) 장관은 정착촌 인가 결정에 대해 “이것이 우리의 임무이자 교리”라며 “9개 정착촌도 좋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원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