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까지 개입하는 노조, 비정상 바로잡는 개혁 속도 내야

기득권 노조들이 채용 강요와 고용 세습을 넘어 인사 관여 등 불법 행태를 지속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는 서울 송파구청의 노조 운영 실태 조사를 통해 50여 개의 위법 소지 조항을 적발했다. 송파구청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송파지부와 맺은 단체협약과 5개의 별도 합의문에는 ‘노조 간부에 대한 인사는 노조와 사전 합의를 거쳐야 한다’ ‘5급 승진 대상자의 범위는 노조와 협의한다’ 등의 조항이 담겨 있다. 단협은 또 ‘보수·복지·고용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를 추진할 때는 사전에 조합과 합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노조가 지방자치단체장과 담합해 인사권을 포함해 구청 운영 전반에 관여해온 셈이다.


공무원 노조의 인사 개입은 법 위반일 뿐 아니라 상식을 벗어난 비정상적 행태다. 공무원노조법 제8조는 정책 결정, 임용권 행사 등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단체행동권과 정치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송파구의 단협 조항도 단체행동과 정치 활동을 엄격히 금지한 공무원노조법 11·14조에 크게 반하는 것이다. 이런데도 송파구청은 불법 논란을 의식해 ‘정부 명령·지침보다 노조와 맺은 본협약이 우선한다’는 별도의 회피 규정까지 만들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가 일부 조합원의 잇속이나 챙겨주는 ‘노조 천국’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 같은 독소 조항은 지난해 6월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단협 시정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해 외부로 알려졌다. 공무원 노조의 모럴해저드가 전국 지자체에 폭넓게 퍼진 고질적 병폐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친(親)노조 편향 정책을 펴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있는 지역에서 노조와의 결탁으로 행정 왜곡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불합리한 단협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시정 명령 등을 과감히 내려야 한다.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노조의 무분별한 인사 개입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더 이상 노조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의 입장에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비정상적인 노사 관계를 바로잡는 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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