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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들의 취미는 다양하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개척자 박지성(41)은 여가 시간에 동료들과 비디오게임을 즐겼다. 손흥민(31·토트넘)도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비디오게임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다. 개러스 베일(34·웨일스)은 골프를 즐겼는데 이달 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참가해 수준급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취미를 독서라고 말하는 선수도 있는데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물오른 골 감각을 보여주는 이재성(31·마인츠)이 그 주인공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문장을 본 뒤 독서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는 “주로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많지만 틈나는 대로 책을 읽기 위해 늘 손에 책을 들고 다닌다”고 했다. 마인츠 공식 SNS에서도 이재성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성이 책을 읽는 이유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주로 스포츠 선수들의 자서전을 많이 읽고 있어요.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데, 다른 스포츠 선수들은 어떤 지혜를 갖고 그 분야에 몰입했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는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그를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문장이 마음에 더 와닿았다고 한다.
이재성에게 글쓰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2021년 9월부터 한 포털의 공식 스토리텔러로 활동하면서 1년 6개월 동안 34편의 글을 게재했다. 이재성 칼럼의 에디터인 정재은(32) 씨는 “독서와 글쓰기 모두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자신을 돌아보면서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는 이재성 선수를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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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희한하게도 독서량을 늘린 올해를 기점으로 남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재성은 이달 11일(이하 한국 시간) 아우크스부르크와 2022~2023시즌 분데스리가 20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1분과 후반 7분 연속 골을 터뜨리며 마인츠의 3 대 1 승리를 책임졌다. 2021년 7월 마인츠 유니폼을 입은 그가 빅리그에서 멀티골을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성은 이날 활약에 힘입어 14일 분데스리가 사무국이 발표한 20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됐다.
보 스벤손 마인츠 감독이 “이재성이 빠진 마인츠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최근 그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올 시즌 리그 20경기(선발 14경기)에서 6골 1도움을 기록 중인데 그중 4골을 최근 4경기에서 몰아쳤다. 27경기 4골 3도움의 지난 시즌 기록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유럽 무대 커리어 하이를 쓸 가능성도 커졌다.
서른을 넘은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재성은 축구 선수로서 목표에도 한계를 두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마인츠로 이적하기 전에도 “박지성·이영표 선배가 EPL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며 “(손)흥민이와 함께 EPL 무대를 누비는 장면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재성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EPL에 가고 싶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