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공매도 과열종목이 급증하고 있다. 과도한 공매도 거래로 주가가 출렁일 우려가 제기된 종목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연초 ‘토끼 랠리’로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에 기업들은 공매도의 표적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공매도 과열종목은 4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거래소가 공매도 과열종목 제도를 개편한 후 가장 많았다. 이미 1월 공매도 과열종목 수(27건)를 넘어섰다. 공매도 과열종목은 전날에만 16건 지정됐다. 이달 일평균 공매도 과열 종목은 4.09건으로 1월(1.35건) 대비 3배(203.03%) 증가했다. 지난해 11월(1.73건), 12월(2.14건)보다도 숫자가 컸다.
공매도 과열종목은 거래소가 주가 하락률, 공매도 비중,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 등을 고려해 변동성이 과도할 것으로 우려되면 지정한다. 과열종목에 대한 차입공매도는 다음 날 하루 금지된다. 공매도 금지 기간에 주가가 5% 이상 떨어지면 공매도 금지 기간이 하루 더 연장된다. 공매도로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매도 선행지표로 불리는 대차거래 잔액도 연중 최고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차잔액은 67조 70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61조 2166억 원) 대비 10.60% 증가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대차잔액 증가는 공매도 대기 자금이 늘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 하락에 베팅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가능성에 공매도가 증가하며 공매도 과열 기업의 수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초 지나치게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과열된 종목 중심으로 공매도가 집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살얼음판 장세가 지속되며 공매도 과열종목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상승장보다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며 주가가 폭등한 종목이 표적이 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 시장에서 순환매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단기 급등 종목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공매도 주의보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