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행동주의 펀드의 확산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지고 있다. 엘리엇과 삼성물산(028260)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행동주의 펀드는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있다. 직접적인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과 달리 행동주의 펀드는 다른 주주들과 연합해 경영진 교체, 지배구조 개선, 사업 전략 변화, 구조조정 등 기업 경영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어 투자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투자가들이 늘면서 지배주주의 전횡과 이로 인한 주가의 만성적 저평가를 개선해 제대로 된 주식 가치를 끌어내자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힘을 얻게 됐다. 이미 금융지주사의 배당 확대, 에스엠(041510)(SM) 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관철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최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는 엘리엇을 패스트푸드의 정형을 완성하고 널리 확산시킨 맥도널드에 비유해 요즘과 같이 행동주의 펀드가 활발해지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목표 기업을 선정하는데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한다고 한다.


첫째, 주가가 확실하게 저평가돼 있어야 한다. 둘째, 주식의 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 방안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 투자 성공 사례인 2015년 페이팔의 이베이로부터의 분사와 같이 합리적이고 분명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셋째, 다른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엘리엇의 이 기준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행동주의 펀드에게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행동주의 펀드의 확산에는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장기 투자자이므로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당연히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가 제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직접적인 주주 관여를 시도했지만 그 성과가 미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됐다. 기관투자가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선별적인 지원을 제공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행동주의 펀드는 더욱 확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선진국과 같이 행동주의 펀드가 확산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불리한 여건에 있다. 무엇보다 지배주주들이 절대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 기관과 개인 투자가들이 연합해 경영진으로부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유의미한 변화를 유도하기는 매우 어렵다. 여기에 기관투자가들 역시 행동주의 펀드에 힘을 실어주는데 아직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원인이 낙후된 지배구조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제 역할을 수행해 한국 시장이 제대로 평가 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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