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산업이 지난해 4분기 극악한 정보기술(IT) 경기 침체에도 10% 가까이 성장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TSMC를 필두로 한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고객사를 꾸준하게 확보하면서 불황을 맞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대만반도체산업협회(TSIA)는 지난해 4분기 대만 반도체 산업 통계 자료를 발표하고 자국 칩 산업 매출이 1조 1971억 대만달러(약 42조 38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성장한 수치다.
글로벌 전자 업계 침체에도 대만 반도체 산업이 지난 4분기 동안 호실적을 기록한 가장 큰 요인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고성장이다. 같은 기간 파운드리 산업 매출 규모는 7234억 달러(약 30조 6600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33.9%나 성장했다. 이는 대만 전체 반도체 산업 규모의 71.42% 수준이기도 하다. TSMC, UMC, 뱅가드 등 현지 파운드리 회사들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메모리·후공정·칩 설계 분야의 실적 감소세를 상쇄시키며 현지 반도체 사업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50% 이상 점유율로 파운드리 분야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TSMC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6255억 3200만 대만달러(약 25조 6029억원) 매출, 영업이익은 3250억 4100만 대만달러(13조 3136억 원)를 기록하며 창립 이래 최대 분기 실적 기록을 썼다. 대만 파운드리 전체 매출의 86%을 차지하며 현지 파운드리 업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만반도체산업협회는 올 1분기 반도체 시장 둔화 영향을 받은 대만 반도체 산업이 1조665억 대만달러 시장 규모를 형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8% 쪼그라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 와중에도 파운드리 사업은 6135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2.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TSMC는 올해 1월 2000억 5100만 대만달러 매출을 기록, 전년 동월보다 16.2% 성장하며 불황에도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업계에서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 GPT 열풍으로 첨단 AI 칩 수요가 증가하면서 TSMC 매출이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TSMC는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라이벌 업체와 대비해 기술 우위를 보이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엔비디아, AMD 등 TSMC 고객사가 머신러닝 연산을 위한 고성능컴퓨팅(HPC) 프로세서 긴급 주문을 늘려 회사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요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주력인 한국 반도체 시장은 대만에 비해 다소 침체된 분위기다. 삼성전자(005930) 반도체(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0조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3% 감소했다. SK하이닉스(000660)의 같은 기간 매출은 7조6986억원 감소했고 전년동기 대비 38%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2700억원 영업이익으로 적자를 겨우 면했고, SK하이닉스는 10년만에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