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국민연금 작년 80조원 날렸다…사상 최악 손실

잠정 연간 수익률 -8%대
연말 기금 규모 900조원 붕괴
글로벌 인플레·금리상승 악재
재정악화·연금고갈 우려 커져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진 것으로 추산된 가운데 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사상 최악인 -8%대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900조 원대 기금 규모도 깨진 것으로 추산되면서 국민연금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세 번째 연간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국민연금 재정 악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한층 커지게 됐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난해 잠정 운용 수익률이 -8%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누적 운용 수익률(-4.93%)에서 3%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악화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합동 연찬회에서 이 같은 상황을 보고하고 수익률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대체투자 수익률이 제외된 것이어서 최종 수익률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연금은 28일 2022년 운용 수익률 잠정치를 확정·공시한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8%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전체 투자 손실액은 8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950조 원을 넘보던 기금 운용 규모는 지난해 6월과 9월에 이어 또다시 900조 원 밑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연금은 -8.0%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77조 원 규모의 사상 최대 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기금 규모도 882조 70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국면에 따라 각국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국민연금 역시 수익률 방어에 실패한 것이다. 상반기까지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 투자에서만 총 65조 원의 손실을 봤다. 채권도 평가손실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이 지속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손실액은 총 48조 원으로 추가 손실을 막으면서 수익률이 개선되는 듯했다. 그러나 또다시 국내외 주식 및 채권에서 수익률이 -10% 이상으로 나타나면서 연간 기준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국내 주식 수익률은 -14.9%, 국내 채권은 -6.30%로 나타났는데 하락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내던 대체투자에서도 손실이 발생하면서 수익률은 한층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대체투자 수익률은 10.67%를 기록했으나 이는 대부분 이자와 배당 수익, 환차익만 반영한 결과여서 공정가치 평가를 거치면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투자한 대체 자산을 대상으로 지난달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했다.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의 전통 투자 자산과 비교해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가치 등락이 커 실제 부실을 파악하는 공정가치 평가가 필수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해외 대체투자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어 대체투자 부문에서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돼왔다.


한편 저출산·고령화 심화와 경기 둔화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057년에서 2055년으로 앞당겨진 가운데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래 최악의 손실을 맞게 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2008년과 2018년 두 차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0.92%의 수익률을 기록해 5조 90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해외 연기금 중에서는 캐나다연기금이 2022년 12월 말 이전 9개월간 순수익률이 -2.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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