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소송대리인 "피해자 모두 日사과 원해…일부는 정부안에 부정적"

피해자 측, 16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
"日 사과, 과거 담화 재확인하는 수준 넘어서야"
"정부 해법, 채권 소멸 논의…지나치게 조바심"
"정부해법 반대하는 피해자에게 법률조력 제공"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왼쪽에서 세번째) 할머니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주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시민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징용 해법’을 우선 적용 받을 피해자들이 모두 일본의 명시적인 사과를 원한다는 주장이 16일 나왔다. 한일 정부는 현재 일본이 김대중(DJ)·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과거 담화를 재확인하는 수준이 아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를 특정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부 피해자는 또 ‘제3자를 통한 대위변제’로 요약할 수 있는 정부 해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징용 소송 원고를 대리하는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외신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강제동원 피해자 및 시민단체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전했다. 임 변호사는 2018년 10월과 11월 각각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이 나온 강제징용 판결 2건의 피해자 9명(일본제철 4명·미쓰비시중공업 5명)을 대리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피해자 모두가 사과를 원한다”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한국과 일본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사과라는 것은 일본이 했던 과거 담화를 계승하는 것”이라며 “이는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리인으로서 최소한 이 문제에 있어서 일본 사과가 있다고 우리가 인정하려면 (일본이) 과거 담화를 재확인하는 수준은 당연히 넘어서야 한다”며 “(강제징용 사실에 대한) 명시적 인정과 유감이라는 의사 표시가 있어야만 이를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과라고 피해자들이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 변호사는 정부가 마련 중인 징용 해법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판결 채권을 어떻게 소멸시킬지에 대한 논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가장 원하는 것은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되지 않는 것”이라며 “그렇기 하기 위해서 피해자들이 가지고 있는 승소판결 채권을 없애고 싶어한다. 바로 그 절차를 한국 정부가 지금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지금 이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고 있고 속도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강제징용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현 정권이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정치적 치적으로 삼고 싶어하는 욕망과 욕심이 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임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3월에 무언가가 있나보다”라면서 “3월에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피해자를 만났다는 레코드(기록)가 좀 더 많아야 장관이든 누구든 (이벤트를 할) 명분이 생기는 것인가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앞서 외교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상반기 중 미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일본을 먼저 들를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위해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조바심을 낸다는 뜻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왼쪽에서 세번째) 할머니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주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시민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변호사는 또 대리하고 있는 두 건의 소송을 언급하고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경우 원고분들이 정부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계신다”고 밝혔다. 일본제철에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이춘식 할아버지를 포함해 총 4명이다. 나머지 3명의 피해자는 이미 사망했다. 임 변호사는 “일본제철 피해자는 이춘식 어르신(이 있고), 김규수 어르신은 본인과 사모님이 돌아가셔서 자녀 분들이 유족”이라며 “(이들은 일본의) 명시적인 사과가 필요하고 사과가 없으면 지금 정부가 얘기하는 방식의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 해법에 찬성하는 피해자와 반대하는 피해자의) 비율까지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다”며 “제가 대리하고 있는 2건의 사건 중에서는 지금의 정부안도 수용할 수 있다는 분도 존재하시고 또 그렇지 않다는 분도 존재하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임 변호사는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피해자에게 관련 지원과 법률 조력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명예를 걸고 약속드린다”며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최소한 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지원단, 대리인단은 지금 국면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가장 정확히 확인하고 그 의사에 따른 지원과 법률적 조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한국 정부 안에 대해 동의하시고 합의한다면 당연히 그런 법률적 절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 해법에) 동의하지 않으시고 반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려는 분이 계시면 그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피해자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각자 나이와 경제적 상황, 소송을 해왔던 시간, 피로도, 사회적 주목도 등 속에서 결단을 내리는 상황”이라며 “저희들은 본질에 따른 도움과 조력을 제공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판결금 지급 방안을 사실상 정부 해법으로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 해법에는 앞서 피해자 측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일본 측 사죄와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가 포함돼있지 않아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등 일부 피해자가 반발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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