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안전핀' 스스로 제거…"이재용 체제 자신감의 표현" [뒷북비즈]

■삼성물산, 3조 규모 자사주 5년간 소각
'경영권 위협에 대응 가능' 판단에
주주가치 제고 강력한 카드 꺼내
수소·SMR에 최대 4조 투자 등
친환경 에너지사업 확대 힘쓰고
바이오·의약품 분야로도 진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물산(028260)이 3조 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 소각을 결정했다. 삼성물산 자사주는 그동안 그룹 지배구조의 ‘안전핀’ 역할을 해왔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그래서 자사주 소각이 결국 ‘이재용 체제’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한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도 높이고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이사회를 열고 2023~2025년까지 3개년 주주 환원 정책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회사는 안정적 주주 환원 기조를 유지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보유 자사주 전량을 향후 5년간 소각하기로 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보통주 2471만 8099주(13.2%), 우선주 15만 9835주(9.8%)로 시가 약 3조 원 규모다. 소각 규모는 매년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①주주가치 개선 의지…주주 요구 응답=삼성물산이 설명한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소각 계획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 환원책으로 평가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그동안 “회사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자사주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달라”며 삼성물산에 주주서한을 보낸 일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2021년 1월 15일 15만 3500원(종가 기준)까지 올랐지만 이후 계속 내려 최근 11만 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이날 주식 소각 발표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는 전일 대비 3.77% 오른 11만 5500원으로 마감했다.


②안전장치 스스로 제거…이재용 체제 자신감=이번 결정은 삼성이 경영권 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 위협 시 ‘안전장치’ 역할을 위해 유지해온 자사주를 포기한 것은 외부 위협이 발생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것이다.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지만 주식 총량 대비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물산이 주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소각을 망설인 이유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지난해 회장직에 취임하면서 안정적인 그룹 경영 구도가 완성됐고 현재 지분 구조상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주가 부양 효과와 배당 확대 정책으로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소각과 함께 2025년까지 3년간 매년 관계사 배당 수익의 60~70%를 현금 배당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했다.


③신사업 추진으로 기업가치도 끌어 올려=삼성물산은 주주 환원 정책과 함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구상도 공개했다. 삼성물산은 향후 3년간 총 3조~4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신성장 동력 강화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태양광·수소·소형모듈원전(SMR),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 프로세싱, 의약품 개발·연구 수탁, 차세대 치료제 분야 혁신 기술 투자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삼성물산의 결정은 주주 환원 가치와 경영권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며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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