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투자차익까지…회사채 펀드에 올 1조 뭉칫돈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4%대
금리인하땐 평가차익까지 누려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 등
올들어 개인 투자자 가입 급증
증권가는 "지금이 투자 타이밍"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3%대까지 떨어지자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회사채 펀드에 가입하는 개인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하면서 올 들어 회사채 펀드에 1조 원의 자금이 몰린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도 현재를 고금리에 따른 이자 수익과 향후 금리 인하 시 평가 차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할 수 있는 회사채 펀드 투자를 고려할 만한 시기로 꼽고 있다.


17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회사채 펀드(14개)의 설정액은 연초 대비 9968억 원 증가했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크레딧포커스 ESG증권자 투자신탁 1’에는 4423억 원의 자금이 새로 들어오면서 전체 설정액이 1조 원을 돌파했다. ‘마이다스 프레스티지 책임투자 채권증권 투자신탁’과 ‘한국투자 크레딧 플러스 증권투자신탁’의 설정액도 올 들어 각각 490억 원, 456억 원 증가했다.


시중금리 상승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회사채 인기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특성상 현재 금리가 고점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자 수익뿐 아니라 향후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 이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더 높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해지면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면서 “최근 은행의 예적금금리가 3% 수준까지 내린 상황에서 회사채는 4%대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유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터진 레고랜드발(發) 자금 경색 사태로 위축됐던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도는 상황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연초 이후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 채권도 연일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고 있다. 회사채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가 가파르게 줄어든 우량 등급 채권 대비 가격이 아직 낮아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달 비우량 등급에 해당하는 A등급 이하 발행사인 SK(034730)에코플랜트(A-)는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5080억 원의 인수 주문을 받으며 흥행했다. HD현대(267250)(A)에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발행 예정액(500억 원)의 12배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금융투자 업계는 회사채 펀드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가 한풀 꺾일 수는 있으나 개인투자자의 수요가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 길게 보면 금리는 내려가는 방향인 데다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앞으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3분기까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회사채 펀드에 대한 투자 수요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금리 수준이 높기 때문에 단기 회사채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회사채는 국고채 등에 비해 신용도가 낮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 등 거시경제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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