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단기 급등에 '빚투' 급증…"M&A테마 꺼지면 급락 우려"

2월 코스닥 빚투 증가액 1위…공매도 대기자금도 급증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컴투스·KB운용 표심에 '관심'
하이브, 에스엠 13만원인데 "공개매수가 안 올린다"



경영권 분쟁 심화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빚투(대출을 통한 주식투자)' 역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업 인수·합병(M&A)은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강한 호재성 재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인수전의 윤곽이 잡히는 순간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스엠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어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기관투자가들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19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만 해도 400억 원대였던 에스엠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점차 증가하더니 카카오(035720)의 신주·전환사채(CB)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달 7일 700억 원대를 넘어섰다. 이후로도 급격히 불어나 최근 거래일인 이달 17일 1486억 원을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추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달(2월 1일~17일 기준) 에스엠의 신용융자 잔고는 총 877억 원 늘어나 코스닥 상장사 중 증가액이 가장 컸다. 증가율도 144.16%로 코스닥 전 종목 평균(10.26%)을 훌쩍 뛰어넘었다. 에스엠뿐 아니라 디어유(376300)(208억 원·115.63%), SM C&C(048550)(104억 원·97.98%), SM 라이프 디자인(SM Life Design(063440), 49억 원·45.46%), 키이스트(054780)(25억 원·38.47%) 등 에스엠 자회사들의 빚투 잔고도 늘었다.


이 기간 에스엠 주가는 50.05% 급등했다. 하이브(352820)가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를 시작한 10일 16.45% 뛰어 12만 원에 육박했다. 15일부터는 12만 원 선을 넘어 최근 2거래일간 13만 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에스엠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인 12만 원을 넘어선 것에는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 추가 매입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수만 대주주가 제기한 신주·CB 발행 금지 가처분 사건 결정이 나오는 즉시 카카오가 주당 단가를 높여 대항공개매수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이 주가를 계속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기업을 둘러싼 경영권 확보 경쟁은 어느 한쪽이 승기를 잡아 마무리되는 국면에 들어서면 주가가 급락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KCC는 2004년 2월 현대그룹 지주사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 57만1천500주(지분율 8.01%)를 주당 7만 원에 2개월간 공개매수했다. 공개매수가 시작되자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7만 원 선까지 급등했지만 같은 해 3월 KCC가 경영권 포기를 전격 선언하자 주가는 3만 원 대로 급락했다. 공개매수 종료 시점인 4월에는 주가가 4만 1000원이었다.


에스엠은 공매도의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대차거래(장외에서 주식을 대여·상환하는 거래) 잔고액도 증가세다. 이달부터 에스엠의 대차잔고는 148.93% 늘어난 2425억 원으로 증가 규모가 코스닥 상장사 중 가장 컸다. 그만큼 에스엠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2만 원이라는 가격 자체가 이수만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며 "바꿔 말하면 기업의 펀더멘탈에 기반한 정상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전이 끝나면 주가는 바로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스엠 경영권 분쟁의 최후 격전지가 될 다음 달 주총에서 지분을 대량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31일 이전 기준으로 에스엠의 대표적인 캐스팅보트 기관으로는 국민연금공단(8.96%), 컴투스(078340)(4.2%), KB자산운용(3.83%) 등이 언급된다.


이들은 다음 달 열릴 주총에서 하이브 및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카카오 및 에스엠 현 경영진 진영이 각각 제시하는 경영진 가운데 한쪽에 표를 던져야 한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기관은 지난해 말 기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을 에스엠 현 경영진의 우군으로 보는 관측이 좀 더 많다. 지난해 3월 주총 때 얼라인이 이수만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으로 일감 몰아주기 문제 등을 지적하며 추천했던 감사 후보안에 찬성표를 던진 전례 때문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하이브와 에스엠 현 경영진 양측 모두 경영 개혁 기조를 앞세워 여론전을 벌이는 만큼 국민연금이 어느 쪽에 의결권을 행사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이브가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에스엠 인수 후에도 주주들이 우려해온 기존의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쇄신을 외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무작정 에스엠 현 경영진 쪽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만 예측하는 건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에스엠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 대한 제3자 방식 신주·전환사채 발행으로 국민연금 등 기존 기관투자자의 지분을 희석하는 결정을 내린 데 국민연금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후문도 들린다. 에스엠 경영권 분쟁 국면을 분석해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국민연금은 둘 중 더 합당한 SM 경영쇄신 방안을 제시하는 쪽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큰데, 주총 때까지 양측의 공방이 계속될 예정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의사 표현의 일환으로 의결권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컴투스의 경우 10일 실적발표 당시 에스엠 주총 의결권 행사 문제에 대해 "주주 이익과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컴투스의 지분을 이수만 측 지분으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외 입장만 놓고 보면 컴투스 역시 양측이 제시하는 방안을 저울질한 뒤 자사와의 사업적 시너지 창출에 더 유리한 쪽으로 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3%대 지분을 보유한 KB자산운용의 표심에도 눈길이 쏠린다. 앞서 KB운용은 2019년 6월 당시 라이크기획에 대한 에스엠의 인세 지급이 소액주주와 이해 상충이라고 지적하고 에스엠과 라이크기획 간의 합병 및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KB운용도 SM 현 경영진의 우군으로 분류하고는 있으나 역시 결국 양측이 내놓을 경영 쇄신책과 그에 따른 기대 수익률을 따져 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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