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가 지속되면서 경기 민감도가 낮은 인프라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반면 지난해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원유 ETF들은 국제유가 하락에 강달러 기세가 나타날 조짐에 수익률이 마이너스(-) 전환 후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19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글로벌X 미국 인프라 개발 ETF(PAVE)’는 최근 석달 간(11월 17일~2월 17일 기준) 9.13%의 수익률을 올렸다. PAVE는 미국 건설 중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운송·철도 산업에 주로 투자한다. 같은 기간 ‘미국 산업르네상스 ETF(AIRR)’와 ‘아이셰어즈 미국 인프라 개발 ETF(IFRA)’ 역시 각각 8.14%, 6.51% 상승했다. 이들 인프라 ETF는 올 들어서도 7~14% 수준의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 재확산에 연준이 긴축 기조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경기 민감도가 낮은 인프라 ETF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에선 소매판매 증가율(3%)을 비롯한 모든 소비자물가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인플레이션 압박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된 빅테크보다 미국 인프라 관련 기업들에 관심을 늘릴 때"라고 말했다.
미국이 올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본격 시행하면서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대거 늘릴 것이란 기대감도 긍정적이다. 특히 2021년 통과된 인프라 법안에 따라 전력망 예산이 편성됐고 IRA로 친환경 에너지설비 증가가 속도를 낼 경우 전력망과 관련 부품 등 인프라 투자 수요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원유 ETF의 경우 달러 강세가 추가 악재로 작용하며 수익률이 최하위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3개월간 ‘KB STAR 미국S&P 원유 생산기업'은 -12.63%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TIGER 원유선물 특별자산’(-9.56%), ‘KODEX WTI 원유 선물 특별자산'(-9.00%) 등 원유 선물 ETF 역시 수익률이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올 들어 진정세를 보이던 달러 강세가 다시 진행되자 국제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영향이다.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7일(현지시간) 배럴당 76.55달러로 작년 말(80.51달러)에 비해서도 약 5% 빠졌다. 올 들어 101선까지 밀렸던 달러 인덱스는 17일 104선에 근접했다.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가 작년 말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데 미국이 4월부터 26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계획인 것도 국제유가 하락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유 재고와 비축유 방출이 러시아 감산 규모보다 커 유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