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전통시장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 뒤 방문객이 급증하자 지자체들이 전통시장 활성화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시장의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차별화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접목해 전통시장을 관광명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유통산업 변화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사업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지역 관광상품과 전통시장 방문을 연계해 소상공인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청사진이다.
경남도는 올해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총 사업비 3억 원을 투입해 ‘경남 대표 관광시장 육성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관광자원으로 잠재력이 높은 진주시 중앙시장, 사천시 삼천포용궁수산시장, 김해시 동상시장, 고성군 고성시장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관광상품 개발 및 홍보, 전담 인력 지원, 상인 역량 강화 교육 등 총 4개 분야로 나눠 지원한다. 시장 상황에 맞고 유연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당 분야 내에서 지자체와 해당 시장이 자율적으로 사업비를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별 주요 계획에는 먹거리 상품 개발, 시장 반응형 애플리케이션 개발, 관광 바우처 개발, 소비 촉진 이벤트 진행 등이 포함돼 있어 다방면으로 관광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여행 자원 추천율 1위에는 통영시 중앙전통시장이 꼽혔고 하동군 화개장터가 18위를 차지했다. 경남도는 지역의 전통시장이 관광자원으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이와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쇠락의 길을 걸었던 전통시장이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사례도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충남 예산군이 추진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상권 부활을 넘어 지역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예산시에 따르면 프로젝트 시행 한 달 만에 예산시장을 찾은 방문객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예산군과 더본코리아는 시장 내 빈 점포를 새로 단장해 맛집으로 탈바꿈시키고, 창업자 교육을 시행하는 한편 주변 음식점에 대한 메뉴 컨설팅도 실시했다. 메뉴는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닭 바비큐, 파기름 잔치국수, 꽈리고추 닭볶음탕, 부속 고기 등 예산의 맛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충북 제천시의 ‘전통시장 러브투어 프로젝트’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첨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천시는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 통계 분석 결과 내토전통시장의 유동인구가 전년 대비 68.57% 늘었다고 설명했다. 내토전통시장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단이 주축이 돼 진행한 이 사업은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우리동네 생활문화장터’를 컨셉트로 고객 중심의 생활 밀착형 시장을 추진해왔다.
먼저 사업단은 시장 특화형 축제 이벤트를 체계적으로 기획했다. 주말문화장터, 장보고문화교실, 시장통가요제, 문화축제 등을 개최해 방문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또 각 업소를 돌며 음식을 맛보는 ‘먹방 미션투어’와 플라스틱 사용 최소화를 표방한 ‘고객덤덤 이벤트’, 어린이 장보기 체험인 ‘키즈마켓’ 등을 운영해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 시장통방송국 운영과 타 지역 선진 시장 견학등 시장 자체의 역량 강화에도 집중했다.
울산시는 울주군의 대표적인 5일장인 남창옹기종기시장의 이용객 확대를 위해 다음달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상설장을 운영한다. 당초 3일과 8일이 장날인 남창옹기종기시장은 동해선광역철도 개통 1년이 지나면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
동해선 개통 전 남창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300여명에 불과했지만 개통 이후 주말과 장날이 겹친 날에는 10배가 훌쩍 넘는 4000여명이 남창역을 찾고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 세대와 등산객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울주군도 남창옹기종기시장장에 이어 또 다른 5일장인 언양알프스시장의 토요장 상설 개설을 검토하는 등 광역철도 개통에 따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울산시는 전통시장의 안전을 위해 전국 최초로 ‘전통시장 재난 대응 안전 디자인’을 개발하는 등 체계적으로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노영식 경상남도 경제기업국장은 “한동안 침체된 전통시장이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하고 싶어하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며 “전통시장의 고유한 특성은 살리고 콘텐츠를 차별화해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으로 개편해 지역경제를 이끄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