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67)가 최근 치매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윌리스는 지난해 3월 실어증 진단을 받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가족들은 최근 전측두엽변성협회(AFTD)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브루스가 전측두엽성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미디어의 관심이 이 질병에 집중돼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치매는 아직 근본치료제가 없어 예방과 조기진단이 최선이다. 가장 흔한 유형인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증상을 늦추는 치료제가 개발돼 쓰이고 있지만, 전두측두엽 치매는 연구가 부족한 탓에 특화 치료제가 없다. 그런 가운데 과도한 음주를 지속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8%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전근혜 구미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음주량 변화에 따라 치매 발병 위험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남녀 393만 3382명을 하루 음주량에 따라 비음주군, 경도 음주군(15g/일 미만), 중등도 음주군(15~29.9g/일), 과음군(30g/일 이상)으로 구분했다. 이후 2011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까지 음주량 변화를 기준으로 비음주군, 단주군, 절주군, 유지군, 증량군으로 나눠 치매 발병 위험을 평가했다. 알코올 15g은 시중 판매 상품 기준 맥주 375ml 1캔 또는 소주 1잔 반에 해당한다. 하루 맥주 2캔 또는 소주 3잔을 마실 경우 과음으로 간주한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평균 6.3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10만 282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경도~중등도의 음주량을 유지한 경우 비음주군에 비해 치매 발병위험이 각각 21%,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음을 유지한 경우 비음주군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8% 증가했다. 또한 과음에서 중등도로 음주량을 줄인 사람들은 음주량을 과음으로 유지한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8% 줄었다. 비음주자가 중등도 이상으로 음주량을 늘린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졌다. 경도에서 중등도 음주군이과음으로 음주량을 늘린 경우에도 치매의 발병 위험이 증가했다.
전근혜 교수는 "과도한 음주가 치매 위험을 올린다는 것이 이번 대규모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며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음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 경도~중등도 음주량은 유지한 그룹에서 치매 위험이 낮아진 데 대해서는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조언이다.
CNN이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알코올 중독 연구소(NIAAA·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에서 시판 중인 주류 제품에는 평균 14g의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다. 맥주는 12온즈(oz), 와인은 5온즈, 증류주의 경우 1.5온즈에 해당하는 양이다.
신동욱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비음주자들이 경도, 중등도 음주를 하는 사람들보다 치매 위험이 약간 높게 나온 것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일수 있다"며 "비음주자가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음주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 특히 과음은 하지 않는 것이 치매 예방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의 공식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근호에 발표됐다. 게재와 동시에 미국 CNN 등이 보도하며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