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입법에 속도가 붙은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조합을 우선 보호하는 법’이라고 우려했다. 노란봉투법이 원·하청 단체교섭의 혼란뿐만 아니라 근로자 간 임금 차이를 확대해 한국 사회의 양극화 심화를 낳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장관은 20일 정부세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국회가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대기업·정규직 노조는 쟁의행위 범위 확대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로 더욱 보호 받게 된다”고 이같이 말했다. 노란봉투법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나서 이 법의 입법 목적인 노동 약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반박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와 야당이 하청 근로자 등 노동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장관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우려하는 지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법을 통해 원청의 사용자로서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고 의무만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 경우 현재 원칙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원청과 하청 노조간 단체교섭이 늘게 된다. 이 장관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 관계의 불안정과 현장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파업 범위를 확대하면서 노사 간 파업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파업은 노사가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법으로 ‘파업길’을 여는 방식으로 노사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노조가 파업으로 해결한다면 과거의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로 회귀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전체 근로자의 14%(노조 조직률)인 노조 중에서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만 보호하는 법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중심으로 노조 결성이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지속적인 임금 인상 요구로 대부분 중소기업인 비노조와 임금 격차를 확대했다. 임금 격차를 보면 대기업·정규직이 100을 벌면 중소기업·비정규직이 40~50을 버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다수 미조직근로자에게 (노사 갈등) 비용이 전가되고 (대기업·정규직 노조와)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연쇄 작용으로 미래 세대인 청년의 일자리 기회가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노란봉투법을 상정하고 이달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정부는) 약자 보호 고민을 담아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현장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관행을 고치려고 한다”며 국회에 정부 대책을 기다려 달라고 촉구했다.